법 하나가 바꾼 공장 풍경…포스코는 왜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했나? [비즈360]
2022-07-19 10:38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이 지나면서 기업들이 국제인증 획득이나 로봇 투입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투입돼 안전 위해 요소를 점검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 [포스코 제공]

[헤럴드경제=원호연·주소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포괄적이면서도 모호한 법 규정에 기업들은 국제 인증 획득과 첨단 기술 도입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법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적 해운선사 HMM은 사업장 안전 보건 분야의 국제인증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ISO45001)’을 획득했다. ISO45001은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국제표준기구(ISO)가 지난 2018년에 제정한 안전 보건에 관한 최고 수준의 국제 인증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국제인증 획득에 나선 것은 HMM만이 아니다. 국내 도시가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SK E&S의 경우 7개 도시가스 자회사가 지난해 말까지 모두 ISO45001 인증을 취득했다. 삼양식품 역시 본사와 원주, 익산, 밀양공장 등 전 사업장이 지난 2월까지 ISO45001 인증 취득을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상에는 안전 확보 조치를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국제 인증을 획득해 불확실성을 줄여보자는 분위기가 기업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관리전문기관인 한국안전기술지원센터에서도 ISO45001 인증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사업장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SPOT)’이다. 스팟은 360도 카메라,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탑재한 채 사업장을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안전 위해 요소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

기아는 오토랜드 광명에 ‘스팟’을 투입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내 송풍구의 정렬 상태, 가스 유출, 냉각수 누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 검증을 완료하고 실제 투입을 위한 준비 중이다. 이보다 앞서 GS건설은 항만 등 인프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스팟’을 지난 2020년부터 건설 현장에 도입했다.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항만 작업환경 내에서 중대재해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스마트 안전관리 통합 관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작업자의 위치나 건강 상태, 낙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항만 시설 운영 상황에 맞게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중처법 대응에 나섰지만,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5월 법 시행 100일을 맞춰, 5인 이상 기업 93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7%는 ‘법 이해하지 못해 대응 어려움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중에는 안전 보건 업무 전담 인력 및 조직을 갖추기 어려워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문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만 해도 경영진에 대한 입건, 사업장과 본사 압수수색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경영계에서는 실제 경영진의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형사처벌 가능성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회사의 대외 이미지가 추락하고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법이 불명확해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명확한 의무내용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한 경영책임자에 대해 면책하는 등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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