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내각 붕괴에 9월 사상 첫 조기총선 실시
2022-07-22 09:08


마리오 드라기(왼쪽) 이탈리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사임하면서 이탈리아가 사상 초유의 가을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선거는 오는 9월 25일 치러질 예정이다. 드라기 총리는 총선 전까지 직책을 유지하게 된다. 이날 로마에 있는 퀴리날레 궁전에서 의회 해산 관련 문서에 서명하고 있는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오른쪽).[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의회의 지지 기반을 잃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하며 1년 5개월에 걸친 내각 사령탑 직무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국 관리 책임자인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함께 초유의 가을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선거일은 오는 9월 25일로 정해졌다.

21일(현지시간) 드라기 총리는 이날 오전 하원에 출석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되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당분간 직책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상·하원 의장단과 면담한 뒤 예상대로 의회 해산 법령에 서명하며 조기 총선의 길을 택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현 내각에 대한 의회 지지가 불충분하고 새로운 과반 구성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3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현 의회의 원래 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였다.

이탈리아에서 가을 총선이 실시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을에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수립 등 행정·입법 절차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시점의 총선 판세는 우파 정당에 다소 유리하다. 극우당 동맹(Lega)·이탈리아형제들(FdI)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3당이 연합하면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우파연합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현재 정당 지지율 1위인 이탈리아형제들의 당수 조르자 멜로니 하원의원이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총선 때까지 임시 관리 내각을 맡아 국정을 이어갈 예정이나 그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국가부채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경제·사회 현안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탈리아 총리 출신인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정치권의 무책임함을 성토하며 드라기 총리의 사임으로 이탈리아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와 미국 등은 드라기 내각 붕괴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대러시아 단일대오에 흠집이 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드라기 총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더불어 가장 강력하게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온 서방권 정상으로 꼽힌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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