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떠는 전세계...‘약한고리’ 부동산도 얼어붙었다 [헤럴드 뷰]
2022-07-22 11:09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한 주택 앞에 매물 표지판이 걸려 있다. 미국 모기지 금리 상승세에 모기지 신청 건수가 급감하면서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에 이어 미국 주택 가격도 하락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AFP]


각 국의 금리 인상 행진으로 금리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시장이 연쇄적으로 얼어붙고 있다.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의 집값이 올 2분기 들어 하락세가 뚜렷해졌고, 미국과 영국도 수요가 급감하며 이를 뒤따를 조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전세계에서 거품이 많이 낀 나라로 꼽히던 뉴질랜드 주택 시장 열기가 급작스럽게 식은 상황을 전하며, “앞으로 전세계에 일어날 일의 전조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선진국 중 기준금리를 가장 빠르게 올려 세계 통화정책의 ‘풍향계’로 통하는 뉴질랜드에서 금리 인상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주목해야한다는 의미다.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6월 주택 매매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1% 급감했다. 주택 가격 하락폭도 13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집값은 작년 11월과 비교해 7개월 새 8.1% 급락했다. 얼마 전 만해도 수일 안에 팔려나갔던 매물이 지금은 수주째 쌓여있다.

ANZ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샤론 졸너는 “뉴질랜드를 ‘탄광의 카나리아’로 보는 게 무리가 아니다”며 “뉴질랜드에선 약 1년간 금리인상이 이어졌고, 앞으로 미국과 호주에서 일어날 일을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광의 카나리아’는 다가오는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대상을 가리킨다.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일어났다. 캐나다의 6월 주택 가격은 5월 대비 1.9% 하락했는데, 이는 월별 하락률로는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였다. 캐나다 주택 가격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호주는 시드니, 멜버른의 주택 가격이 지난달에 전달 대비 각각 1.6%, 1.1%씩 미끄러졌다. 호주 중앙은행이 5월에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높은 0.75%포인트 올리면서다.

미국에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모기지 신청 건수도 감소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프레디맥을 인용, 지난 15일 기준 30년 모기지 고정 평균 금리가 5.54%로 전주(5.51%) 보다 소폭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2.8%) 보다 2배가량 높은 이자율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어서, 지난 2년 동안 뜨거웠던 주택 시장은 추가 상승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모기지은행협회는 지난주 모기지 신청이 2000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보다 6.3% 감소했으며, 3주째 감소세다. 재융자와 구매 활동도 1주일 새 각각 80%, 19% 위축됐다.

프레디맥 샘 케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 우려,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가능성 등이 맞물려 수요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앞으로 집값 상승은 눈에 띄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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