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벽’에서 아리랑·애국가 울려퍼지다
2022-07-28 11:40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이 헌화하고 있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6634명, 카투사 7174명 등 한미 전사자 4만3808명의 이름을 새겨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공원 내에 새로이 설치한 조형물이다. [연합]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 여사. [SK 제공]

한미 양국의 국가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국전에서 희생된 미군과 카투사를 기리기 위한 130m 길이의 ‘추모의 벽’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 우뚝 섰다. ‘기억의 못’을 둘러싼 100개의 화강암 판에 빼곡하게 적힌 전사자 4만3808명의 이름이 한여름 강한 햇살을 받으면서 마침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추모의 벽 앞에서는 이날 오전 한국전 참전 용사와 유가족, 한미 양국 정부와 의회 인사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의 벽’ 헌정식이 열렸다.

‘자유(freedom)는 공짜(free)가 아니다’라는 교훈을 희생으로 보여준 한국전 전사자들의 이름이 한명 한명 기억되기까지 1995년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이 조성되고도 30년 가까이가 걸린 만큼 이날 행사는 엄숙하면서도 감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전 행사와 본 행사 순으로 진행된 헌정식은 미국 군악대의 ‘아리랑’으로 사실상 시작됐다. 재미 교포 군악대원이 우렁차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부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가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에 울려 퍼지자 추모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조태용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에 이어 추모의 벽이 완공된 것을 축하한 뒤 한국전에 참전한 22개국을 벨기에부터 알파벳 순으로 하나씩 언급하자 그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행사장 연단의 메시지도 추모 및 희생에 대한 기억과 함께 한미 동맹에 맞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희생 위에 우뚝 세워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보훈처장은 메시지 낭독 뒤에 한국말과 영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추모의 벽에는 미군과 함께 싸운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미국 내 참전 기념시설 가운데 미군이 아닌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최초 사례다. 한편 공식초청을 받아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참전용사 유가족들을 만나 헌신과 희생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특히 최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 영웅으로 한국전쟁 기념공원 건립을 이끌었던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 여사를 만나 허리 숙여 손을 맞잡고 희생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위로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한국전쟁 기념공원을 방문해 추모비에 헌화한 뒤 존 틸럴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전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추모의 벽 건립 기금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신동윤·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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