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유용, 유출 등의 보편적 표현인 기술 탈취는 본질적 의미가 ‘남의 것’을 ‘무단으로’ 빼앗아(빼내어) 갖음에 있다. 남의 기술을 무단 취득하므로 재산 침해, 경제활동에 사용되므로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 기술 탈취 기업은 노력·비용 없이 무임승차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누리는 반면 피해 기업은 경쟁 열위 또는 영업 기반을 빼앗겨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이런 기술 탈취에 순기능은 없다.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시장의 대표적 반칙행위일 뿐이다.
기업이 각고의 노력, 시간, 비용 등으로 개발한 기술은 그 이익이 오로지 기업에 귀속되고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혁신과 경쟁이 역동적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기술 탈취는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왜곡하고 혁신성장을 저해하며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국가 핵심 기술이 국외 유출되면 국가 안전보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기술 탈취 근절’이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개 법률에서 기술 탈취에 대응하고 있다.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는 원사업자(주로 대기업)의 기술 탈취는 하도급법,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다른 사업자 기술의 부당 이용이나 기술인력의 부당 유인·채용은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한다.
특히 하도급법으로 처리한 기술 탈취 사건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자신이 사용(부품 개발·생산, 특허등록)하거나 제3자(경쟁사업자 등)에게 전달 또는 사용(부품 개발·납품, 견적 제출 등)하게 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한 사건이다. 기술 탈취 이유는 납품 단가 인하, 원가절감 등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다. 영업 기반을 빼앗긴 중소기업은 거래 단절로 도산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대·중소기업 사이 구조적인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기술 탈취다.
이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예방, 사건 처리, 민사 구제 측면에서 입법·정책적 대책을 추진한다.
먼저, 수시 직권조사를 확대한다. 중소기업은 신고·분쟁조정·소송 제기 등은 거래 단절을 각오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고 한다. 신고 등을 하지 못하고 기술 탈취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필요하다.
정액과징금 상한을 상향하고 정률과징금 부과 기준 개정을 추진해 억지력을 제고한다. 또한 피해 기업의 손해액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도록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 기준을 마련해 신속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대상으로 기술자료 제공 요구 시 대응, 기술자료, 비밀관리 등 교육·홍보를 실시한다. 피해 발생 전에 중소기업 스스로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고·분쟁조정·소송 제기 등을 위해서도 관련 법령 이해, 비밀관리 요건 이해가 필요하다. 비밀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분쟁조정 등을 하더라도 구제받기 어렵다.
중소기업 기술가치에 대한 대기업의 인식 변화를 소통을 통해 적극 유도할 예정이다. 기술 탈취 사건을 조사·심의하다 보면 대기업은 핵심 기술이 아니면 중소기업 기술을 평가절하하고 있음을 느낀다. 대기업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제값 주고 사용하는 여건이 조성되고 기술거래도 활성화된다. 최근 울산·부산·인천 소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 대상으로 납품 단가 조정 활성화 및 기술 탈취 관련 제도를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기술 탈취는 남의 기술을 무단 사용하는 시장의 대표적 반칙행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직·인적 인프라의 마련과 함께 대·중소기업 인식 변화 유도 등 예방, 시장 반칙행위 엄중 제재 등 사건 처리, 동의 의결 등 피해 구제가 연계·선순환되도록 세밀하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안남신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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