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 [신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는 “대만은 1800년간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였다”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매우 무책임하고 도발적이며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친 대사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대통령 승계 서열을 따질 때 미국의 3위 공직자인 펠로시 의장이 군용기를 타고 대만을 공식 방문해 공개적으로 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진당으로부터 완전한 외교의례로 대접을 받은 것은 미국이 대만과 공식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대놓고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순방 중인 펠로시 의장은 군사 행동을 예고한 중국의 대응에 구애받지 않고 2일 밤 전격적으로 대만 땅을 밟았다.
미국 하원의장이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은 대만을 둘러싸고 고강도 군사훈련을 벌였고, 미국도 항모전단을 대만 인근 해역에 배치하는 등 미·중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2일 같은 매체에 실은 기고문에서 대만 방문 의미에 대해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 대사는 펠로시 의장 기고문의 반박문에 해당하는 글에서 대만이 역사적으로 중국 땅일 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미국과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자국 영토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이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독립국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다.
그는 1979년 양국 수교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 방침을 인정했다면서 미국은 냉전 이후 국제질서로 자리 잡은 이 방침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미국은 최근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과거에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하나의 중국’ 방침을 위반하고 저해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미국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친 대사는 미국이 다시 일방적으로 대만에 대한 현상태를 바꾸고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를 변경하려는 광범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전후 국제질서의 일부이며 일반적인 국제적 합의가 됐다”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옹호자를 자처하는 국가로서 미국은 당연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 대사는 중국이 평화적으로 대만과 통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하지만 대만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은 본토(중국)와 역사적·문화적 유대를 끊어내고, 정체성을 확립해 대립을 선동하려 하고 있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이 대만 편에 있다는 강한 신호로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대만 독립 세력은 더 위험한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미국의 한 주(州)가 독립 선언을 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무기와 정치적 지지를 받는다면, 미국 정부가 과연 용납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친 대사는 대만 문제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주권이나 영토와 관련된 사안이며 펠로시 의장이 언급한 민주주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은 14억 중국인의 분노를 자아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세계 인구 5분의 1에 해당하는 중국인의 외침에 존경심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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