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속 지뢰 ‘맨홀’...그물망 설치해 추락사고 막는다
2022-08-12 11:21



서울시가 하수도 맨홀 뚜껑 열림 사고 방지를 위해 설치 예정인 ‘맨홀 그물망’(위쪽).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연합]

8일과 9일 이틀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속 맨홀이 ‘지뢰’가 됐다. 맨홀 뚜껑이 솟아올라 부상을 입거나, 맨홀 안으로 빨려들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례도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맨홀 안에 그물망을 설치해 추락사고를 막는 방침을 내놨다.

12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8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맨홀에 빠져 실종됐던 50대 여성 B씨가 사흘 만에 동작구 동작역 인근 반포천에서 발견됐다. 숨진 여성과 함께 휩쓸렸던 40대 남동생 A씨는 10일 사고 발생 지점으로부터 약 1.5㎞ 떨어진 서초동의 한 버스정류장 부근 맨홀에서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철제 맨홀 뚜껑은 폭우에 인명피해를 일으키며 문제가 됐다. 철제 뚜껑 무게는 보통 40㎏에서 최대 1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수압에 의해 배수관 물이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을 뚫고 물기둥이 치솟거나, 뚜껑이 날아갔을 때 인명피해가 생기는 이유다.

특히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서초동 맨홀 뚜껑의 경우 잠금 기능이 있는 특수 기종이었음에도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내리자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하수도 맨홀 뚜껑 열림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에 그물이나 철 구조물 등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시범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상하수도 등이 지나가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로 집계됐다. 이 중 하수도 맨홀은 25만5987개, 상수도 맨홀은 20만4380개 등으로 대부분 상하수도용이다.

시는 올 하반기부터 저지대 등 침수 취약지역, 상하수도 역류 구간에 우선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도입한 뒤 설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설치는 자치구에서 담당하고, 시는 재난관리기금 등 필요한 사업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시는 시범 설치로 효과를 검증한 뒤 본격적인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내외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한다는 예는 있었지만, 실제 운용 사례를 찾기는 힘들었다”며 “검증은 덜 됐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시급하다는 판단에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비교 분석해 도입하고, 개선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추락 방지 시설이 물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맨홀 상부에 있을 때는 물흐름에 지장이 없다”며 “시설 노후화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서울 시내 맨홀의 유지 관리는 맨홀 설치기관 26곳이 담당하고 있다. 상수도는 수도사업소, 하수도는 자치구, 전기·통신·가스 등은 한국전력과 통신사 등 각 기관이 관리하는 식이다. 시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폭우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제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우기에 맨홀 뚜껑 열림 사고로 인명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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