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인플레에도 기준금리 또 인하...튀르키예의 역주행
2022-08-19 11:15


물가 상승률이 80%에 육박하고 있는 튀르키예가 글로벌 추세와 반대로 기준금리를 또 인하하고 나섰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흐름을 나홀로 역행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 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14%에서 13%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19%였던 기준금리를 14%까지 떨어뜨린 데 이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추가로 떨어뜨린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배경엔 정통 경제학에서 벗어난 시각을 지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의지가 깔려있다. 그는 금리를 낮추면 치솟는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며 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경제성장과 투자,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들에 차입 비용을 낮추도록 압박 중이다. 그는 “튀르키예엔 생활비 문제만 있을 뿐 인플레이션 문제는 없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줄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감소, 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학의 이론이다. 하지만 역행을 선택한 튀르키예의 저금리 정책으로 미 달러 등 외화 대비 튀르키예 리라화(貨)의 가치가 추락했고, 에너지 등 수입 비용이 급등하며 생산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날 금리 인하 발표 후 미 달러화 대비 1% 가까이 하락한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18리라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초 달러당 7.5리라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며 튀르키예의 물가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는 형국이다. 튀르키예 통계청(TURKSTAT)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79.6%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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