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푸틴 브레인’ 딸 차량 폭발, 러 내부 反푸틴 빨치산 소행” [나우,어스]
2022-08-22 15:03


알렉산드르 두긴(60)이 딸 다리야 두기나(30)의 모습. 두긴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 된 ‘유라시아리즘’(Eurasianism)의 창시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 ‘푸틴의 철학자’로 불린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불리며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의 사상적 명분을 제공한 극우 정치사상가의 딸이 차량 폭발로 숨진 가운데, 이 사건이 러시아 내부에서 활동 중인 반(反) 푸틴 세력에 의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대표적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일리야 포노마레프 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의 딸을 살해한 자동차 폭발 사건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러시아 내부 반정부 빨치산(partisans)인 국가공화군(NRA)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께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푸틴의 철학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몰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력한 폭발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 사건으로 두기나는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두긴은 원래 두기나와 모스크바 외곽 행사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따로 가기로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긴은 거대한 새 러시아 제국을 만든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도 포함시킨다는 구상을 지지해온 극우 정치 사상가로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두긴(60)이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탄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 후 불이 붙은 모습을 보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두긴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 된 ‘유라시아리즘’(Eurasianism)의 창시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 ‘푸틴의 철학자’로 불린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던 딸 두기나는 아버지 사상을 지지하고 러시아 국영TV에도 나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노마레프 전 의원은 “이번 차량 폭발 사건은 최근 몇달 동안 러시아 영토 내부에서 발생한 각종 당파적 분쟁과 마찬가지로 NRA가 수행한 것”이라며 “러시아 내부에 만연한 ‘푸틴주의’에 대한 저항의 새로운 장을 연 사건이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노마레프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 강제 병합 승인안이 국가두마에 상정됐을 때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의원이다. 푸틴 정권은 포노마레프 전 의원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을 때 전격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려 러시아에서 추방했다. 이에 포노마레프 전 의원은 2019년 우크라이나로 망명, 시민권을 취득했다.

포노마레프 전 의원은 자신이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SNS) 채널을 통해 NRA가 발표했다는 선언문도 전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자신들에 의해 폐위될 것이라 선언한 NRA는 “러시아 정부와 지역 정부들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해) 슬라브 민족 사이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의 공범”이라고 지목했다. NRA는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푸틴 지지 성향의) 사람들은 우리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며 러시아 민간인은 자신들의 목표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알렉산드르 두긴(60)이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탄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 후 불이 붙은 모습.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한편, 러시아는 당국의 수사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당국이 두기나의 죽음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TV로 방영된 논평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나 테러국이 아니다”며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사건 후 러시아 매파 그룹이 우크라이나의 암살 시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일축한 것이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대변인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사건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러시아 세계(루스키 미르·Russky Mir)’의 내부 파괴 과정이 시작됐다”며 “그들 스스로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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