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일주일에 한 번꼴 ‘성범죄 징계’…2차례 대책 ‘무색’ [흔들리는 경찰]
2022-08-24 10:0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제310기 졸업식에서 졸업생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경찰청이 지난 3년간 2차례에 걸쳐 경찰 성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경찰의 성범죄 징계는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경찰이 성범죄와 관련해 징계가 이뤄지는 만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 소용없나…줄지 않는 ‘성 비위 징계’

24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년~2022년 6월)간 성 비위 관련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264명이었다.

대대적인 정책이 마련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는 그전에 비해 징계받은 경찰이 오히려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48명, 54명이던 징계인원은 2020년 69명, 지난해에는 61명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도 6월까지 32명이 성 비위 관련 징계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경찰이 성 비위 문제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징계 사유는 성범죄와 성희롱이 각각 131건, 12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매매는 12건 발생했다. 계급별로는 경찰 중간 계급인 경감·경위의 징계가 많았다.

민원인 성추행 의혹·불법 성매매로 구설

지난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제310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이는 경찰이 마련한 각종 정책이 무색한 수치다. 올해 1월 경찰청은 ‘2022년 경찰 성범죄 예방 및 근절 종합대책’ 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성범죄 사건에 대한 엄정 처벌 ▷관리자 책임성 강화 유지 ▷성 비위 징계를 받은 경찰은 여성청소년과에 근무 금지 등이 담겼다. 2020년 8월 발표된 같은 이름의 대책을 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실제 올해만 해도 경찰의 성 비위 사건이 여러 차례 논란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경장은 고소장 접수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여성 민원인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해당 경찰관은 여성 민원인 B씨에게 추가 조언을 해주겠다며 접근해 함께 술을 마시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A경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했다.

올해 6월에는 경찰 정예 수사조직으로 꼽히는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B경정이 불법 성매매업소를 방문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4단계로 나뉜 ‘징계 수위’…해석 여지 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경찰의 성 비위 문제는 징계 수위를 두고도 ‘후폭풍’이 심하다. 징계가 약할 경우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민원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강남서 A경장 사례도 불송치 처분이 나온 당일 직위에 복귀했다. A경장은 징계 처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 유형의 범죄를 저질러도 징계 수위가 들쭉날쭉하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강원경찰청 소속 C경사는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았으나 시말서를 작성하는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으로 마무리됐다. 같은 해 성범죄를 저지른 대구경찰청 소속 D순경은 성범죄를 저질렀으나 감봉이라는 예외적인 처분을 받았다.

징계 수위가 다른 이유는 성범죄 징계 기준이 모호해 다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경찰 성 비위 징계 기준’을 살펴보면 경찰은 총 4가지 기준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성폭력범죄는 징계 수위에 따라 최대 파면, 최소 정직의 처분을 받는다. 경찰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총 6단계다. 징계 심사에 따라 수위가 4단계가 바뀌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법촬영을 한 경찰관은 ‘고의성과 비위 과실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을 당할 수도, 몇 달 동안 업무를 못하는 정직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성 비위 징계’ 불복하는 경찰들

지난해 개정된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 시행 규칙’ 내 성 관련 비위 징계 기준. [법제처 제공]

징계 수위를 정하는 기준도 주관적이다. ‘고의가 있는 경우’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등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장들로 구성됐다. 반면 음주운전 징계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유형에 따라 1~2단계 차로 징계를 처리한다. 음주운전으로 상해 또는 물적 피해를 입을 경우 해임에서 정직, 사망의 경우 파면 또는 해임 징계를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징계에 불복하는 경찰들도 발생한다. 경찰 실습생을 성희롱해 징계를 받은 제주경찰청 소속 E경위는 해임됐다가 불복 소송으로 이후 강등으로 감경되기도 했다. 당시 E경위는 소청 제기와 함께 법원에 해임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성추행으로 해임된 경찰관이 피해자와 합의해 복귀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소속 F경찰관은 2020년 성폭력범죄로 해임됐다가 피해자와 합의해 2심에서 감경됐고 이후 해임 취소소송에 승소해 복직했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징계 규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 업무특성상 성접대 등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럴수록 엄격하게 성 관련 비위를 징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경찰이 모호하게 징계 처분해왔다는 문제점이 있는 만큼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일벌백계하는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nna@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