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남민전 의문사’에 “정치범 이유로 진료 불허한 탓”
2022-08-25 09:03


고(故) 이재문 씨.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유신정권 말기 대표적 공안사건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옥사한 이재문 씨에 대해 “정치범 사형수라는 이유로 외부진료를 불허해 사망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진화위)는 ‘이재문 구치소 수감 중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남민전 사건으로 1979년 검거돼 치안본부(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장기간 구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1980년 사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서 수감됐으며 이듬해 11월 사망했다.

과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진실규명을 하지 못했다. 이에 진화위는 남영동 대공분실 전 경찰들의 진술, 이씨의 항소이유서, 고문피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진화위는 이씨가 검거 당시 자해로 인한 상처가 회복되기도 전에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건강이 나빠졌을 것으로 봤다.

또 구치소 수감 중 위장질환이 악화돼 교정당국에 외부진료를 요구했으나, 법무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이 이를 불허함으로써 기본적인 의료처우를 받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진화위는 “법무부가 수형자에 대한 관리책임을 방기하고, 안기부는 사형이 확정된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외부진료를 불허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화위는 국가를 상대로 ▷치안본부의 고문·가혹행위 ▷법무부의 수형자 치료 책임 방기 ▷안기부의 외부진료 불허 등에 대해 이재문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화위원장은 “사형수, 정치범 등에 관계없이 수형자에게도 국가가 건강권과 생명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할 권리가 있음을 알리고, 이번 결정이 위와 같은 유사한 상황에도 미래 수형자 인권에 대한 문제에 있어 진일보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민전은 1976년 반유신 민주화운동,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을 목표로 결성된 지하조직으로, 1979년 84명의 조직원이 체포되는 등 유신정권 말기 최대 공안사건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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