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처벌 줄인다...32개 경제형벌 비범죄화·형량조정
2022-08-26 13:00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26일 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공정거래법 벌칙 부분을 경감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진은 지난 5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에서 만난 한동훈 법무부장관(왼쪽)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

정부가 본격적으로 경제 관련 형벌규정 비범죄화 추진에 나섰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규정을 정리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다수가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 사안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26일 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번 1차 개선과제로는 17개 법률의 32개 형벌규정이 선정됐다. 정부는 이 가운데 2개 규정은 형벌을 폐지하고 11개 규정은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 13개 규정의 비범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5개 규정은 우선 행정제재를 부과한 후 불이행시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14개 규정은 형량을 완화 또는 차등화 하는 등 처벌 수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비범죄화 추진 규정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정거래법 벌칙 부분이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위반행위에 대해 과도한 형벌화가 이뤄지고 있어 경영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형사처벌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번 1차 과제로 우선 현행 공정거래법 126조 1~3호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벌금이 아닌 과태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설립 또는 전환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지주회사의 사업내용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현재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가 주주의 주식소유 현황 등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가 채무보증 현황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도 과태료로 전환된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공정거래그룹장을 맡고 있는 부장판사 출신 이인석 변호사는 “비범죄화 추진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공정거래법상 다른 부분도 비범죄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법상 사회적 신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대주주가 중기부 장관의 주식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도 과태료로 전환된다. 또 식품위생법, 물류시설법 등 2개 법률의 2개 규정은 형벌이 폐지되고 행정제재로 바뀐다. 현행 규정상 식품접객업자 등 영업자가 손님을 꾀어 끌어들이는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허가나 등록취소, 영업정지 등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1차 개선과제에 포함된 규정 중 19개 조항에 대해선 형벌을 유지하긴 하되 먼저 행정제재를 부과한 후 불이행시 형벌을 받도록 하거나 형벌의 형량을 조정하기로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현행 규정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형벌 부과에 앞서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 규정 등 3개 법률의 5개 규정이 ‘선 행정제재, 후 형벌 전환’ 형태로 변경된다.

아울러 처벌이 과도하거나 책임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6개 법률의 14개 규정은 형량이 조정된다. 불공정무역조사법상 원산지 표시 대상물품의 수출·수입 관련 위반행위의 경우 현행 규정은 미수범을 기수범에 준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미수범의 처벌 근거를 따로 만들어 형량을 차등화할 예정이다.

이번 경제형벌 개선 추진은 민간 중심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경제단체, 법률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기재부와 법무부 차관이 공동단장을 맡고 관계부처 차관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를 구성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사적 자치 영역의 필요·최소 형벌을 넘는지 ▷행정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유사 목적 다른 법률조항과 형평성에 어긋나는지 등을 검토 기준으로 삼았다. 또 ▷해외 사례와 비교한 국내 형벌수준이 과도한지 ▷시대변화에 따른 형사처벌이 불필요한지 등도 검토 기준이 됐다.

정부는 우선 정부입법으로 개정을 추진하되 필요한 경우 의원입법 지원 등으로 신속하게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당 규정들이 법률이어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 개정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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