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전문 브랜드 ‘오리베’ 모델 이성경.[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샴푸가 ‘제2의 니치향수(고가의 프리미엄 향수)’가 될 조짐이다. 그동안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 뷰티·생활용품기업 중심이었던 샴푸 시장에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패션기업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샴푸는 더 이상 머리를 감는 용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뷰티·생활용품기업을 중심으로 새치 염색과 탈모 예방에 집중한 기능성 샴푸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모다모다 샴푸의 뜨거운 인기로 지난 4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려는 새치커퍼 샴푸인 ‘더블이펙터 블랙 샴푸’를 새로 선보였고, 이어 5월 LG생활건강도 ‘리엔 물들임’, ‘닥터그루트 블랙 리커버’를 출시했다.
최근 들어서는 40~60대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염색, 탈모 완화 등 ‘기능성 샴푸’ 시장의 열기가 20~30대 중심의 ‘신명품 샴푸’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만의 향을 찾는 젊은층이 500ml 용량 1병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프리미엄 샴푸를 사는데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패션업체들까지 가세해 샴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헤어케어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이달부터 국내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 2014년도부터 자체 편집숍 라페르바를 통해 공식 판매한 헤어 전문 브랜드 오리베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내내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계획이다. ‘샴푸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오리베는 지난 4년간 매출이 360% 신장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을 통한 매출은 1036% 급증했다. 오리베의 ‘골드 러스트 샴푸’ 가격은 한 병(1000ml)에 20만원에 달하지만,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제품이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이 미국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를 인수한 데도 고가의 헤어 제품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니치향수에 이어 헤어케어 제품이 고급화되는 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의 무게 중심이 ‘저가’에서 ‘가치’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로 진입하면서 값싼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생활용품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지만,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에서만큼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찾는 20·30대 소비자가 코로나19 전보다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지난해만 해도 향수에 신경쓰는 이들이 특히 늘었던 것과 맞닿아 있다.
생활용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석달 사이에만 기능성과 취향에 따라 세분화된 헤어케어 신상품이 20여종 이상 경쟁적으로 출시됐다”라며 “젊은 세대가 주 구매층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면서, 올 하반기 국내 헤어케어 시장은 더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어케어 시장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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