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정월 12시간 여성 출입금지"...천태종 전통, 인권이냐 종교자유냐
2022-08-29 15:04


충북 단양 구인사. [123rf]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음력 초하루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한 불교 한 종파에 대해 성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인권위는 “성별을 이유로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장에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음력 2월 초하룻날 관광 목적으로 구인사에 방문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장하지 못하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천태종은 인권위에 전통이라고 항변했다. 천태종 측은 “70여년 전 종단을 중창한 제1대 종정의 유지에 따른 것이다. 현재와 달리 당시는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아 있었던 시절로, 새해를 시작하는 정월과 2월 초하루는 정(淨)한 날이므로 특별히 남성만 기도 정진을 했다. 이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또 “경상도 지역에는 오늘날에도 초하루에 여성들이 아침 일찍 돌아다니면 혼이 나는 전통이 남아있다. 종교마다 지향하는 바와 신앙의 내용·형식 등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총본산 사찰인 충북 단양 구인사는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는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의 사찰 출입을 막는다. 이곳과 국내외 말사 150곳 모두 같은 시간 여성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천태종은 우리나라 2대 종단으로, 등록된 신도 수만 250만명에 이른다.

인권위는 특정일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종단의 본질적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종파적 전통에 해당하며, 이러한 전통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부정(不淨)한 존재로 봐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조처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정이 제기되자 천태종 총무원장은 향후 남녀 모두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 이틀간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인권위에 알려왔다.

하지만 인권위는 “여성의 평등권 침해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출입에 제한을 받지 않은 남성의 출입까지 금지하는 것은 차별 해소를 위한 개선조치로 보기 어렵다”며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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