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2023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19 위기 대응 등을 위해 크게 늘려왔던 확장재정에서 벗어나 건전재정으로의 전면 전환을 표방하고 있다. 경제활력과 일자리·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큰 정부’에서 탈피해 기업 등 민간주도경제를 추구함으로써 ‘작은 정부’로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 손실보상과 기업 정책금융,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 규모의 강도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을 윤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와 사회적 약자 지원 및 미래대비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매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하는 재정준칙도 제정해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총지출은 639조원으로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에 비해 31조4000억원(5.2%) 늘어난다. 2차 추경을 포함한 올해 총지출(679조5000억원)에 비해선 40조5000억원(6.0%) 적다. 추경은 예외적인 경우에 편성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예산 증가율을 따질 때는 추경을 제외하고 본예산을 기준으로 하는데, 내년도 본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5년 연평균 증가율 8.7%에서 대폭 낮아진 것이다. 그만큼 재정확장 속도를 낮춘 것이다.
물론 대규모 재정투입이 불가피했던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물가가 급등하는 최근의 경제상황에서 재정을 계속 확대하긴 어렵다. 오히려 긴축재정으로 전환해 물가 압력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이런 점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에 방점을 두고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설명 간담회에서 “경제 정책는 ‘작은 정부-민간 중심 경제’를 지향하지만 복지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은 예외”라며 “내년 예산안에서도 건전재정으로의 전면 전환을 추구하면서 서민과 사회적약자 보호 및 미래 투자 부문은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을 줄여 역대 최대인 24조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늘어나는 세수 등을 재원으로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과제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전 때 내건 포퓰리즘성 현금성 복지를 위해 수조원을 투입하는 등 건전재정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장병 급여 130만원, 부모급여 70만원을 위해 내년에 2조3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추가 인상이 예고된 2025년까지 누적으로 10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다.
또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을 목표 내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고물가 덕분이란 분석도 있다. 내년 국세수입은 400조원으로 올해 예상 397조원보다 3조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반면에 총지출은 31조원이 늘어나지만, 고물가로 명목 GDP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재정적자 및 국가부채 비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 때문에 건전재정을 위해선 세수 증대 또는 재정 재구조화 등 기존에 수없이 제기돼왔던 과제의 보다 강력한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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