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전 코로나검사 폐지’ 가닥…공항근무자들 “인력난, 벌써 무섭다”
2022-08-30 11:17


정부가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코로나검사센터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연합]

“병가자랑 퇴사자가 느는데 빈자리 채울 사람이 없어요. 봄에 40명 넘게 모집했는데도 5명 들어왔어요. 승객은 순식간에 늘 텐데, 앞으로는 정말 어떡하죠?”

인천공항에서 환경미화 등 업무를 하는 50대 김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확산세가 꺾인 상황에서 정부가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개천절·한글날 등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항 노동자들의 업무부담은 커져만 가고 있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항 노동자들은 이미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공항에서 수화물 카트 운반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최근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동료인 오모 씨는 “입국 전 코로나검사 폐지 뉴스를 보자마자 얼마나 더 버틸지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지금 인원으로도 충분하다며 9월 순환 휴직을 보내고 단기 인력 위주로 사람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후 항공사 및 항공지원사 피보험자수 현황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들은 이용자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우려한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올해 공항 이용객 수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1월 35만7228명에서 7월 173만8706명으로, 5배가량 늘었다. 성수기 해외여행도 증가하며 이달의 경우 지난 28일까지 177만6345명, 하루평균 6만3000여명이 공항을 찾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여름 성수기 하루 평균 이용객인 20만명의 30% 수준이지만 문제는 감축된 인력들이 당분간 증가세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인 2년 동안 항공사와 항공지원사의 상용근로자 수는 인력 감축으로 대체로 줄며 무·유급 휴직도 진행되고 있다. 2020년에는 인천 공항 종사자 수는 1만명 가까이 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저희는 원래 조별로 일하는데 20명이 배정된 조가 지금 12명인 상황”이라면서 “사람이 없으니 다른 조에 가서 일을 메우고 2~3명이 맡았던 영역을 혼자 청소하는 식으로 작업량이 늘었다”고 했다. 김씨는 “계속 인력을 돌리니 병가자는 매월 10명이 넘는다”며 “사람을 뽑아도 주6일 7.5시간씩 근무에 주는 페이를 보고는 못하겠다며 한두 달만에 나가더라”고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23일 공개한 ‘항공산업 일터 회복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744명 중 559명(74.9%)이 인력 부족과 안전 위험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59.8%는 장시간 노동과 피로누적을 걱정했다. 응답자 84.7%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로 신규 인력 충원이라고 답했다. 연장·초과 ‘근무가 늘어나면 단체 대응에 나서겠다’는 응답도 34.7%로, 3분의 1을 넘었다.

인천공항 자회사 등도 채용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정상화 속도를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보안검색 직원을 뽑는 인천국제공항보안의 경우 지난달부터 150명의 정규직 직원을 뽑는 채용을 진행 중이다. 입사 전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이들의 임용예정일은 11월이다. 인력난으로 긴급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곳도 있다. 이달 초 기내청소업무를 담당하는 한 항공사 자회사는 지난 6월 이후 채용된 신규 인력의 70% 가까이가 퇴사하자 추천인 포상금까지 걸며 사람을 구했다.

전문가는 공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수요예측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 서비스와 관련 인력은 직업 안정성이 높지 않는 상황인데 코로나19 때 급격한 감축을 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입국 전 코로나 검사 폐지에 따른 해외여행 폭증 속에서 과로로 쓰러지거나 서비스 질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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