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대법관 퇴임… “입법적 문제까지 법원이 나서선 안 돼”
2022-09-02 10:53


김재형 대법관.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김재형 대법관(57·사법연수원 18기)이 2일 퇴임했다. 김 대법관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입법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인데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입법과 사법의 경계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입법과 사법은 정의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두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법률로 해결할 수 없어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일지라도, “쉽게 문제를 넘기지 않고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힘닿는 데까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관을 보수 혹은 진보로 분류해 어느 한쪽에 가두어 두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관이 보수와 진보를 의식하게 되면 법이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를 선언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중간도 아니다”라며 “제가 한 판결이 여러 의견을 검토해 최선을 다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1992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김 대법관은 1995년 서울대 법대로 자리를 옮겨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20여년간 민사법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그는 한국 민사법의 권위자란 평가를 받았다. 2016년 7월 이인복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그는 국회 동의를 거쳐 2016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대법원 판결의 꽃’으로 불리는 전원합의체에서도 유의미한 판결을 남겼다. 김 대법관은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전합 상고심에서 주심으로 참여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로 본 판례는 14년 만에 변경됐다.

또한 지난달 30일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발령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일 뿐만 아니라, 민사적 불법행위에 해당해 당시 이로 인해 체포·처벌·구금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기도 했다. 이 판결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는 7년 만에 변경됐다.

김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오석준(59·19기) 전 제주지법원장이 임명제청 됐다. 오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29일 열렸지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이날 오전 기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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