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올림픽 테러희생자 유족에 용서 구합니다”
2022-09-06 11:17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왼쪽) 독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독일 퓌르스텐펠트브루크에서 열린 뮌헨 올림픽 테러 50년 추모식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헌화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옆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비통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EPA]

독일이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벌어진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의 테러 희생자 유족에게 배상을 결정한 데 이어 대통령도 나서서 용서를 구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일 퓌르스텐펠트브루크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희생자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뮌헨 올림픽 테러 50년 추모식에서 “독일을 대표해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에 대한 보호와 이후 진상규명이 부족했던 데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리는 당시 일어난 일을 원상으로 복구할 수는 없다. 여러분이 경험하고 고통받은 거부와 무지, 부당함을 되돌릴 수도 없다”면서 “이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배상에 대한 합의에 50년이 걸렸다”면서 “하지만, 지금에서야 구한 합의도 모든 상처를 봉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뮌헨 올림픽 테러는 1972년 9월 5일 팔레스타인의 무장 테러단체 검은9월단 대원 8명이 뮌헨올림픽 선수촌 내 이스라엘 대표팀 숙소를 기습 점거해 2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인 사건이다.

경찰은 이후 퓌르스텐펠트부르크 군용비행장에서 구출 작전에 나섰으나 실패하면서 이스라엘 대표팀 소속 선수와 코치, 심판 11명 전원과 테러범 5명, 독일 경찰 1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테러 배후를 응징하는 이른바 ‘신의분노 작전’을 전개해 수년 간에 걸쳐 검은 9월단의 핵심부를 대부분 제거했다.

이스라엘 대표팀 소속 희생자 유족들은 수십년간 배상과 사과, 이 사건에 대한 역사적 직시를 위해 싸워왔다.

독일 정부는 반세기만인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대표팀 소속 희생자 11명의 유족과 2800만유로(375억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배상액 중 2000만 유로는 연방정부가, 나머지는 바이에른주와 뮌헨시가 각각 부담한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은 그런 공격에 대비가 돼 있지 않았지만, 대비가 돼 있어야 했다”면서 “이 역시 쓰디쓴 진실에 속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이런 참회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면서 “뮌헨 올림픽 테러의 역사는 오판과 끔찍하고 치명적인 오류, 실패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5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게 많다면서 “목숨을 부지한 테러범들이 왜 추방되고 법정에 서지 않았는지, 왜 독일 안전요원들의 부담이 과도했는지, 왜 관련 자료가 수십 년간 비밀로 분류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독일의 역사학자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며, 유족들은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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