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허니문 패싱’ 경제총력전...158조 에너지價 동결 ‘첫 발’
2022-09-06 11:30


리즈 트러스(47·여·사진) 영국 외무장관이 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하지만 그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물려준 ‘경제적 재앙(economic catastrophe)’을 극복하기 위해 취임 후 곧장 경제 총력전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급부상, 유럽연합(EU)과 관계 개선 등 당면한 외교·안보적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의구심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내정자가 보수당 내 충성파 인사를 대거 내각에 등용해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위기상황을 헤쳐나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크리스 메이슨 BBC 정치에디터는 “트러스 내정자에게는 허니문 기간은 없다”는 문장으로 총리직에 오르는 그의 상황을 표현했다.

▶경제 위기 극복에 ‘올인’=영국 보수당은 5일(현지시간) 트러스 장관이 보수당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우편·온라인 투표 결과 8만1326표(57.4%)를 얻어 6만399표(42.6%)를 받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을 꺾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정식 취임한다.

트러스 내정자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트러스 내정자는 취임과 동시에 경제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가운데 줄파업이 일어나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는 현재 상황이 ‘불만의 겨울’이라 불리는 1970년대 후반과 비슷한 분위기란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취임 다음 날인 7일 가계 에너지 위기 대책을 발표한다.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은 트러스 내정자가 10월 가계 에너지 요금 80% 인상을 전격 취소하고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관련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1000억파운드(약 158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오지만, 정부 차입금으로 비용을 우선 충당한 뒤 10~15년에 걸쳐 세금으로 회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지출을 더 늘리면서도 ‘감세’를 시행하며 경제 성장 동력을 되찾겠다는 트러스 내정자의 대표 공약이 영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트러스노믹스’가 결국 정부의 대규모 차입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높은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對러·對中 강경 노선 예고...EU와 관계 개선 과제=외교·안보 영역에서 과제도 수두룩하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와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에 대해서도 초강경 정책 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외무장관 시절 브렉시트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했던 그가 EU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당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러스 내정자에 대한 축하 대신 “합의를 존중하는 건설적 관계를 기대한다”는 뼈 있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냉소적인 영국 국민들의 시선도 트러스 내정자에겐 부담이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이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영국인의 50%는 트러스 내정자의 당선에 실망한다고 응답했다. 트러스 내정자가 영국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를 이겨낼 것이라 자신한다는 여론도 19%에 불과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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