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인천경제청장 임명에 대한 인사는 ‘회전문·보은인사’인가?
2022-09-08 10:00


지난 7일 유정복 인천시장〈오른쪽〉이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포즈를 취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민선6기 시정부 시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낸 김진용 씨가 지난 7일 민선8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임명됐다. 인천경제청이 2003년 개청한 이래 청장이 재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용 청장은 인천시가 공모한 신임 인천경제청장직에 응모하면서 당시 일부시각에서는 ‘재임이 되겠느냐’, ‘재임 가능성이 있다’는 등 엇갈리는 반응들이 나왔지만 유 시장은 김 청장을 선택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캠프 내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유 시장 당선 직후부터 인천경제청장 재임명설이 나돌았는데 결과는 빗나가지 않았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유 시장의 김 청장 임명에 대해 ‘회전문·보은인사’라고 지적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청장은 2019년 인천경제청장 중도사퇴 후 이력을 보면 민선8기 시정부의 대표적 회전문·보은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쌓인 현안들을 위해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 외자유치·주민소통·행정능력 등이 뛰어난 인사가 필요할 때인데 유 시장의 김 청장 선택에는 경제자유구역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엿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오는 2024년 총선 후보로 거론되는 대표적 정치인으로 차기 총선에 도움되는 자리를 보은으로 준 것 아닌가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 청장은 2018년 영종국제도시 내 랑룬 다이아몬드시티 조성과 관련, 계약금이 납부되지 않아 전시행정과 투자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과 2019년 청라G타워 등의 문제로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올해 7월 유 시장 민선8기 인수위원회 활동 과정에서도 송도6·8공구 개발사업과 관련, 103층으로 추진되고 있는 인천타워에 대해 서울 롯데타워 123층 보다 더 높은 151 최고층 타워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103층 타워는 박남춘 민선7기 인천시장 시정부가 지방선거 전 인천시 투자유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협상결과인데도 인수위 내와 지역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김 청장에 대한 평가를 볼 때 과연 김 청장이 청라·영종·송도가 포함된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와 인천시민을 위해 균형있게 이끌어 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송도·청라국제도시의 일부 주민단체도 인천경제청장 인사가 유 시장을 도운 가신에 대한 논공행상이 되면 안 된다고 김 청장 재임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유 시장의 인선은 김 청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오랜 평가와 우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보인다는 여론에 앞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송도6·8공구 개발사업은 김 청장에게 있어 아픈 상처가 있다. 민선6기 청장 시설 이 사업자인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법정 소송 끝에 2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상호 간 협상 난제로 인천경제청이 송도6·8공구 개발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취소 통보(2017년 9월)를 하면서 소송은 시작됐다. 2019년 7월 1심은 인천경제청이 승소하고 2심(2020년 12월)은 패소했다. 약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지난해 법원의 중재로 재협상이 진행됐고 지난 3월 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조건부 가결로 협약을 앞둔 상태이다.

이런 과정속에서도 김 청장은 송도6·8공구 개발사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재검토를 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그동안 김 청장이 주장해 온 과정들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지난 7일 취임식에서 “지혜를 모아 인천타워 건설, 청라시티타워 등의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혀 151층을 주장하는 그의 의지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결국, 민선6기 때와 같이 지난 7월 출범한 민선8기 유 시장 시정부와 김 청장의 구조는 똑같기 때문에 송도6·8공구 개발사업은 민선6기 때처럼 다시 표류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시 표류와 소송으로 간다면, 이는 송도 주민들은 물로 인천시민들에게 피해만 고스란히 안겨주게 될 것이다. 10년, 20년이 가도 이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는 유 시장과 김 청장의 몫이다. 과거 민선6기때의 불미스러운 재현이 아닌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송도·청라·영종 주민들을 포함해 인천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 청장은 “시민들과 IFEZ의 미래를 생각하며 IFEZ가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IFEZ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위한 청장인지, 차기 총선을 위해 절차를 밟아 가는 청장인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