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의 현장에서] 택시대란 ‘데자뷔’
2022-09-07 11:18


“3년 전과 다를 바가 없네요.”

최근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들은 말이다. 2019년 기본요금을 인상할 때와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는 진단이다. 할 말이 많은 택시기사들이 단상 앞으로 쏟아져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요금 자율화’ 피켓을 내걸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지속된 심야 택시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주간 기본요금 1000원 인상, 심야할증시간대 확장 및 할증료율 최대 40%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이 정도로는 떠난 택시기사를 불러들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2000원은 올려야 운송원가를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핵심 요구는 일관됐다. 고급 운송 서비스로 인정하고 요금 자율화 권한을 주든지,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정부가 지원을 해주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어쩌다 한 번 800원, 1000원씩 요금을 올리며 “서비스질도 개선해야 한다” 달랠 뿐이었다. 그사이 택시업계는 ‘예견된 대란’으로 달려갔다. 2010년 4만1783명이었던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2019년 3만527명으로, 2022년에는 2만868명으로 반토막 났다.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모빌리티업계는 지난 3년간 실험을 이어왔다. 택시를 ‘고급 서비스’로 정의하고 대형 택시, 고급 택시로 승객 경험을 혁신했다. 편안한 이동이 보장되자 승객들이 지갑을 열었다. ‘탄력 요금제’로 수입이 높아지니 기사들이 몰린다. 실험은 특히 심야 대란에 빛을 발했다.

그런데 정부는 모빌리티업계가 열어둔 ‘실험의 장’마저도 닫으려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신고한 ‘카카오T 블루’ 사전 확정 탄력 요금제를 1년 넘게 수리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중형 가맹택시다. 국토부는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3만대가 넘는 ‘카카오T 블루’에 탄력요금제가 결합됐다면 심야 택시 대란은 현재보다 훨씬 덜 했을 것이다. 승객이 수용 가능한 요금 수준을 가늠해 볼 기회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플랫폼 기반 임시 택시 운전 자격 운영(실증 특례)’ 규제 샌드박스 또한 조기 종료될 예정이다. 2024년 9월까지 연장할 수 있었으나 2023년 12월 말까지로 시한을 정했다. ‘젊은’ 기사 유인 효과가 높았던 제도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T 블루 40세 이하 청년 취업의 50% 이상이 임시 자격증을 통해 유입됐다. 진모빌리티의 ‘아이엠택시’ 운전 기사는 60대 미만이 64%인데, 600여명이 임시 자격증으로 들어왔다.

아직 기회는 있다. 국토부는 택시대란 종합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모빌리티업계 실험 결과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고려 중인 애플리케이션 기반 ‘호출비’ 또한 모빌리티 업계가 고안한 것 아닌가. 다음에 있을 택시 정책 토론회는 2022년과 다르길 바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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