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 성평등 관점서 점검 필요”
2022-09-07 12:00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업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킨 경북 문경시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문경시장에게 성평등 관점에서 인구증가 시책 내용을 점검하고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5월 문경시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 베트남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 대상으로 삼은 차별적 시책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당시 문경시가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인 민간 행정사에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을 발송한 것을 인터넷에서 발견한 후 문제제기에 나섰다.

문경시는 행정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기에 문경시 명의의 협조문을 발송한 것이고, 이후 행정사 측에서 협의 없이 임의로 협조문 내용을 수정해 인터넷에 게재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문경시가 해당 내용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관련 협조문이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였으며, 인권단체들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후 사업추진 검토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해당 협조문이 오간 사실은 인정되나, 인터넷에 게시된 협조문은 행정사 대표가 임의로 수정한 것이며 게시기간이 짧고 문제제기 이후 삭제된 점을 고려할 때 협조문으로 인해 구체적 피해나 불리한 대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자체가 베트남 유학생 등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시책은 농촌 비혼 남성과의 결혼 및 출산을 통해 인구증가에 기여할 외국인 여성을 모집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이는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노동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또 “그동안 농촌 지역의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의 ‘정상가족’ 구성을 위한 가부장적 틀에서 이행돼왔으며, 이런 맥락에서 베트남 여성을 ‘순종적이다’, ‘순결하다’, ‘생활력이 강하다’ 등 이미지로 미화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피진정인이 비록 베트남 유학생 여성을 차별할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학생 신분과 상관없이 농촌 남성의 배우자 후보로 상정한 것은 베트남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종적 편견을 함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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