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캥거루 습격에 77세 노인 숨져…86년 만 인명사고
2022-09-13 21:48


호주의 회색 캥거루 떼.[AP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호주의 외딴 시골에서 70대 노인이 캥거루의 공격으로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캥거루 습격으로 사람이 사망한 이번 사고는 지난 1936년 이후 이래 86년 만의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지난 10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WA)의 주도 퍼스에서 400㎞ 떨어진 마을 레드몬드에서 한 77세 남성이 중상을 입고 자택에 쓰러져있는 것을 그의 친척이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캥거루 한 마리가 이 노인 곁에서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며 접근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경찰은 즉각 캥거루를 사살했다.

피해 노인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노인이 야생 캥거루를 애완용으로 기르려고 시도하다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호주 법률에 따르면 토종 동물을 애완용으로 삼는 것을 제한된다. 경찰은 숨진 남성이 동물 사육과 관련한 허가를 보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호주 남서부에 주로 서식하는 서부회색캥거루 종은 개체별로 몸무게 54㎏, 키 1.3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수컷은 특히 공격적 성격을 가졌다. 캥거루 전문가인 그레임 콜슨에 따르면 두 발로 선 인간의 자세는 수컷 캥거루에게는 도전처럼 받아들여져 동족과 싸울 때와 같은 방식으로 덤비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공격은 앞다리로는 상대방을 붙들고, 근육질의 꼬리로 몸통을 지탱한 채 뒷다리로 강력한 발차기를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호주에서는 최근 캥거루에 인간이 습격을 당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퀸즐랜드주에서 한 67세 여성이 다리에 캥거루에게 골절상을 입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NSW)에서는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머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1936년 이후 86년 만의 일이다. 1936년에는 뉴사우스웨일즈주(NSW)에서 38세의 남성이 캥거루의 공격을 받고 회복하지 못해 수개월 뒤 사망한 사건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이 남성은 대형 캥거루의 습격을 받은 반려견 두 마리를 구하려다가 턱뼈가 부러지는 등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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