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훌쩍 넘은’ 인플레...美금리 1%P 인상론 급부상 [美 울트라스텝 신호음]
2022-09-14 11:12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 관련,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보다 폭이 더 큰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을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난 미국의 워싱턴DC에서 한 시민이 식료품 가게에서 장을 보고 있다. [로이터]



미국의 8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0bp(1bp=0.01%포인트)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밟을 것이란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으로 움직이면 미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옅어지면서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100bp 인상확률 ‘0→33%’ 급등=13일(현지시간) 시장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확률을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bp 올릴 확률은 이날 오후 33%까지 치솟았다. 전날만 해도 제로(0)%였는데 22%를 찍더니 상승폭을 키웠다. 75bp 인상 확률은 91%에서 67%로 떨어졌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심리에 직격탄을 날렸다. 8월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3%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추산인 8.0%를 웃돌았다. 전달 대비로도 0.1% 상승했다. 0.1% 하락을 점쳤던 시장과 반대였다.

가격 움직임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3%, 전달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 CPI도 시장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0%, 전달 대비 0.3%)를 크게 웃돌았다. 휘발유가 전달과 견줘 10.6% 하락하는 등 에너지 물가는 떨어졌는데, 주거비용과 식료품 물가 등이 치솟았다. 주거비용은 전달보다 0.7%, 전년 동월보다 6.2% 올랐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과 견줘 11.4% 급등, 1979년 5월 이후 4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전기료도 15.8% 올랐다. 1981년 8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연준, CPI서 희망 찾기 어려울 것”=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데이터 때문에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bp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이언트 스텝은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넘어선 보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금리인상 폭 전망치를 75bp에서 100bp로 바꿨다. 이 회사의 로버트 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PI 수치와 관련해 “연준 전체에 걸쳐 우려스러운 보고서”라며 “연준 관리들은 이번 데이터에서 희망적인 걸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PI가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고, 연준이 전달한 매파적 어조를 감안할 때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통화정책이 수요를 자극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둔화시키는 수준인 제약적 영역으로 금리를 올리는 와중이다. 연준의 일부 고위인사는 이달 자이언트 스텝을 지지하겠다는 신호를 이미 보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75bp 인상 쪽으로 더 강하게 기울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더타 미 경제연구 책임자는 “오늘 CPI 보고서는 연준이 11~12월까지 최소 100bp 인상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2.25~2.50%다.

▶서머스도 1%포인트 인상 지지...바이든은 ‘침착’=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1%포인트 금리인상을 지지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 정책금리가 4%에 가까워지는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고서는 인플레이션이 관리될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느리게보단 빠르게 움직이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9월 FOMC 회의에서 75bp 인상이 적절하다는 게 얼마간 내겐 자명해보였다”면서 “만약 내가 100bp와 50bp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100bp인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CPI 수치와 관련해선 “미국에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고 지적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고(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실정론이 힘을 얻는 걸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입법 기념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IRA를 처리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한 템포 쉬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석학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은 전날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낸 글에서 물가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고, 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공급 측면의 문제가 완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 “연준은 이달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더 믿을 만한 평가가 가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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