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유일한 주주’…파타고니아 창업주, 30억弗가치 지분 환경단체에 이전
2022-09-15 09:58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만든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만든 창업주 이본 쉬나드(83·사진) 회장과 그 가족이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넘겼다.

환경보호라는 철학을 지키기 위해 다른 회사에 매각하거나 기업공개를 하는 방식을 활용하지 않았다. 고집스럽지만 원칙을 지키는 기업가의 표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쉬나드 회장 부부와 2명의 성인 자녀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 이런 결정을 했고, 비상장사인 파타고니아의 지분을 지난달 신탁사(지분 2%)와 비영리재단(지분 98%)에 이전했다.

1973년에 창업했으니 50년간 열정을 쏟은 회사를 대가없이 포기한 셈이다.

쉬나드 회장 일가는 매년 1억달러(약 1390억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수익도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된다고 했다.

쉬나드 회장은 NYT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이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으로 끝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형성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면서 “지구를 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지분 이전 소식이 공개된 이후 파타고니아의 공식 홈페이지엔 쉬나드 회장이 책임있는 기업경영의 실험을 시작했다며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문구를 걸어놨다.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쉬나드 회장은 암벽등반광(狂)으로 불린다. 1960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 북한산 암벽 등반로를 개척한 적도 있던 쉬나드 회장은 전역 후 ‘쉬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설립해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파타고니아를 차렸다.


[AFP]

제품엔 유기농·친환경 재료만 쓰고 하청업체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모두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가격도 비쌌지만,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꾸준히 구매를 했다.

쉬나드 회장 미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하는 억만장자 순위에도 올라 있다. 그러나 검소한 생활을 한다. 저가 자동차로 분류되는 스바루를 직접 몰고,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쉬나드 회장은 “나는 포브스에 억만장자로 올라 있었는데, 정말 화가 났다”라며 “은행에 10억달러도 없고, 렉서스를 운전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회고하며 “난 내일 죽을 수도 있다. 회사는 향후 50년 동안 계속 옳은 일을 할 것이고, 내가 옆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쉬나드 회장은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큰 안도감이 든다”며 “우리에게 이건 이상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NYT는 쉬나드 회장의 이례적인 행보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만하는 억만장자와 기업에 대한 조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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