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담대 금리 6% 돌파…‘대침체’ 금융위기 후 14년만에 처음
2022-09-16 09:04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를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이 아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주담대 금리는 올라 경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담대 금리 급등으로 주택 구매를 고려하던 이들은 월세살이를 지속하거나 이자를 내려고 다른 부문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메릴랜드주에서 건축 중인 한 주택의 모습이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를 넘어섰다. 미국이 대침체에 빠졌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끌어 올리는 수단을 동원해도 잘 먹히지 않은 영향이다. 주담대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미 주택시장을 냉각시키고, 경제에 대한 압력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프레디 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은 이날 30년 만기 주담대의 주간 금리가 이번주 6.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9개월 전과 견줘 거의 두 배가 됐다.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올해 초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는 3.22%였는데, 6월말 5.81%로 치솟더니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퍼진 7~8월초 완화하는 모습이었다. 8월 18일 5.13%까지 떨어진 이후 약 한 달만에 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미 노동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주택비용이 작년 같은 달과 견줘 6.2% 올라 1990년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한 걸로 집계되자 주담대 금리도 뛰었다.

금융정보 업체 너드월렛의 홀든 루이스 주택 전문가는 “투자자의 인플레이션 걱정 때문에 주담대 금리가 4주 연속 올랐다”며 “8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에 그들의 우려는 정당하고 다음주 금리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주담대 금리가 올해 갑자기 상승하면서 집값도 조정 움직임이다. 7월 주택판매가 하락헸다. 6개월 연속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6월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한 걸로 조사됐는데 이는 5월 대비 19.9% 떨어진 수치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브라이트MLS의 리사 스터테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6% 이상의 주담대 금리는 새로운 현실이 될 거고, 가격이 조정돼야 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강한 수요와 낮은 재고는 대부분 시장에서 집값 유지나 상승을 뒷받침하겠지만 요청 가격보다 수만~수십만달러 높은 가격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주담대 수요도 금리가 오르면서 급속도로 하락했다.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주담대 신청 건수는 5주 연속 감소했다. 주담대 재융자는 1년 전보다 83% 줄었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생초자)가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너드월렛에 따르면 미 50개 대도시에서 주택은 생초자 소득의 6.5배에 판매된다. 생초자에 권장되는 기준인 소득의 3배보다 훨씬 비싸다.

WSJ는 이 때문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월세를 살 거나 이자를 갚아 나가기 위해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담대 금리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담보 대출업체 루스팀의 니콜 루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10월 초에 발표될 9월 CPI는 여전히 높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낮아지면 주담대 금리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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