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친러 지역 4곳 러 합병 투표 23일~27일 일제 실시
2022-09-21 06:06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와 도네츠크 지역 사이에 '도네츠크 주'라고 적힌 대형 표지석 위에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세우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탈환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점령지 4곳에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가 이달 23~27일 동시에 실시된다.

20일(현지시간) 타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친러 세력들은 대의원 회의 등의 형식을 취해 이같은 일정으로 주민 투표 실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대상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공화국 이외에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까지 포함됐다.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수장 데니스 푸실린이 20일(현지시간) 의회에 참석한 모습. [타스]

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돈바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 적기가 왔다"며 "의회에 관련 법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DPR 의회도 주민투표 실시 법안을 만장일치로 즉시 통과시켰다.

그는 또 투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DPR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승인해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LPR 수장 레오니트 파센치크,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예브게니 발리츠키, 헤르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 역시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살도는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을 지원할 자원부대 창설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합병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침범은 모든 자위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범죄"라며 주민투표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에 내려졌다.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친러 세력 수장들이 20일(현지시간) 주민투표 실시에 관한 논의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타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번 투표 결정에 대한 논평에서 "현재 상황은 그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고자 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시민들이 러시아에 합류하고자 한다면 그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DPR과 LPR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공화국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이들의 독립을 승인한 바 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대부분의 영토가 점령됐다.

애초 러시아는 지난 11일 치러진 정기 지방투표와 연계해 점령지 주민투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미처 점령하지 못하고 남부 점령지도 불안정해지면서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에 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탈환하고 헤르손과 루한스크주까지 위협하면서 이달 내 투표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 동맹은 주민 투표 계획이 불법이고 조작 가능성이 크다며 비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가짜 주민투표를 강행할 경우 모든 대화 기회가 차단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주민투표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위협은 힘으로만 제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 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러시아와 정치 지도부, 주민투표에 관여한 이들, 국제법 위반자들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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