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도시 대신 지방서 동원소집 집중… "저항 덜할 것이라는 판단"
2022-09-24 13:46


[사진=한 러시아 남성이 22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츠바르트노츠 국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령하자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의 직항편이 매진되며 출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 러시아에서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발령된 가운데, 동원소집 대상자의 비율이 도시보다 지방·소도시에서 훨씬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동부 시베리아 지역 러시아 연방 소속 사하 자치공화국 출신의 사르다나 아브크센티에바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마을 주민이 300명인데 남성 47명이 소집됐다"라며 동원소집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베리아 동부의 소수민족인 유카기르족 지도자는 NYT에 "순록 목축업자, 사냥꾼, 어부 등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대다수가 징집됐다"고 말했다. 유카기르족 인구는 약 1600명인데 경제활동이 활발한 18∼45세 연령대의 남성은 400명뿐이라고 한다.

소수민족에 동원 소집 부담이 커지자 일부 지역 소수민족들은 동원소집 연기를 주장하는 공개서한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사하공화국의 사하족 단체는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이번 동원령으로 이미 인구가 희박한 야쿠티아 북부 지역에서 남성이 더 적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때도 당시 소련군이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 남성은 동원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쟁에 찬성하는 측에서도 동원소집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쟁 찬성 입장을 밝혀온 안드레이 메드베데프 의원은 최근 텔래그램에서 "동원소집을 진행하려면 군의 위력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어야지, 혼돈만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쟁 찬성을 주장해온 인기 블로그 '리바르'도 "건강 문제가 있거나 전투 경험이 없는데도 동원 소집 통지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중앙유럽대학에서 러시아의 민군 관계를 연구해온 키릴 샤미에프 교수는 "푸틴의 집권 연장 때문에 일부 농어촌·소도시에서 징집 비율이 크게 높다"고 주장했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는 저항할 가능성이 더 낮을 것으로 계산하고 외곽에서 동원소집 대상자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접근성이 좋지 않은 외곽 지역에는 러시아 국영TV가 거의 유일한 정보원이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높다.



onlinenews@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