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버냉키 “금융 악화시킬 우크라戰 등 주시해야”
2022-10-11 11:26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 교수


필립 다이빅 워싱턴대학교 교수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유럽이나 신흥 시장에서 발생한 사건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글로벌 사건들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분명 개선된 상태”라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금융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벌어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강(强)달러 현상으로 인해 국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등을 구체적인 예시로 들었다.

다만 그는 현재 경제 상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부실대출이라는 금융 시스템 내부의 문제이지만, 현재 경제 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요인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2008년에는 대형 은행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한 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14년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의장직을 맡았다.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과감한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맞서며 위기 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한 바 있다.

앞서 그는 1983년 저술한 논문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은행의 인출 행렬이 은행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대해 “1983년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 “자기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라며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과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 교수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교수는 “정교하게 조직된 금융 시스템이라도 공포 자체에는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 정책을 언급하면서 “버냉키 전 의장은 자신의 연구를 정책으로 체화했다”면서 “다른 중앙은행들도 당시 상황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관한 이론적 모형을 제공하는 논문을 썼다.

앞서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금융위기와 은행에 관한 연구 성과를 인정해 버냉키 전 의장과 다이아몬드 교수, 필립 다이빅 워싱턴대학교 교수 등 3명에게 202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벨 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의 통찰력 있는 연구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수상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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