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나토 전면대치…정점 치닫는 ‘핵 對 핵’ 무력시위
2022-10-12 11:26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13일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정례 회의를 주재하고, 다음 주 핵무기 운용과 관련된 실제적인 군사 훈련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실시한다고 말하고 있다. [EPA]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연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핵전략을 점검하고 핵억지연습 실시를 예고하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에 핵무기를 둘러싼 ‘무력시위’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나토 측이 정례적 성격의 행사임을 강조하며 위기관리에 나서면서도 ‘강력한 군사 대비 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중인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고, 러시아 역시 ‘비대칭 전력’ 사용 위협을 가하며 양측 간의 ‘강대강(强對强)’ 충돌 양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목요일(13일)에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정례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12~13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30개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개최된다. 나토는 정책 관련 회의를 넘어서 핵무기 운용과 관련된 실제적인 군사 훈련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도 다음 주 실시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지금 핵계획그룹 회의와 핵억지연습이 러시아와 서방 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을 우려해 ‘정례·연례적’ 성격이란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올해 열리는 핵계획그룹 회의와 핵억지연습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이 분수령에 이른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에서 대(對)러 억제력과 동맹 간 결속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리는 현재 러시아의 핵전력을 면밀히 감시 중이고, 현재까지 러시아의 태세에 변화가 없다 할지라도 조금도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군사력이 러시아와 모든 종류의 긴장 고조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측은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NASAMS·나삼스) 등 추가 무기 지원에 나서는 것은 ‘레드라인’에 근접한 것이라며 경고를 쏟아냈다.

세르게이 랍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할수록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를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비대칭 전력을 포함한 대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일컫는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나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말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마겟돈(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 경고한 것을 비판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예로 들며 “상호 관심 있는 모든 핵 안전 문제에 대해 러시아는 모두 풀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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