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국 부동산 시장이 멈춰 섰다. 매매 활성도를 나타내는 거래회전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장에는 매물만 점점 쌓이고 있다. 집값 하락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까지 열리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지난 15일 기준 0.32%로 집계됐다. 이는 8월(0.41%)보다 0.09%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역대 최저치와 동률을 기록했다.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등 유효한 집합건물 가운데 소유권 이전 매매 등기가 완료된 물건 수를 말한다. 9월의 경우 집합건물 1만개 중 32개꼴로 매매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0.32%까지 내려앉은 건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2013년 1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는데 당시에는 전달인 2012년 12월 1.04%의 높은 거래회전율을 기록한 여파가 어느 정도 작용한 데다 이듬달부터는 상승세로 전환된 바 있다. 반면 올해는 1월 0.5%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향 흐름을 보이는 등 시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부동산 하락장 막바지였던 2013년 10월 0.7%를 기록한 뒤 줄곧 0.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2020년 이후에는 최고 0.95%까지 오르기도 했다.
토지, 건물 등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9월 부동산 거래회전율은 전달(0.22%)보다 0.04%포인트 내린 0.18%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치는 2012년 1월과 2013년 1월의 0.19%였다.
금리 인상 가속화에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실제 시장에서는 매수세를 찾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7로 지난주(84.3)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9월 넷째 주(83.9)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해 12월 첫째 주 100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한 내년 초까지는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가격 낙폭이 점차 커지고 있어 매수자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금리인상이 일단락되거나 대출 측면에서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 등 변화의 단초가 생겨야 분위기 환기라도 가능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수요자의 구매력을 향상시키거나 투자 심리를 바꿀 어떠한 변화도 없다”며 “당분간 거래 부진과 가격 하락이 지속되며 낙폭이 확대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집값 하락세가 정점에 달했던 2012년과 비교해도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거래량으로 보면 금융위기 당시, 2012~2013년보다도 안 좋은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급매물이 쏟아지거나 투매(손해를 무릅쓰고 싼값에 파는 것)하는 등의 현상이 덜해 체감상의 경착륙 공포는 덜한 편이지만 거래절벽이 장기화되고 있어 부동산 처분이 필요한 이들에겐 고통이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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