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공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한 시민이 반포 아파트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재건축을 앞두고 있지만, 신반포에서 전용 137㎡ 대형 아파트가 감정가보다도 낮게 유찰됐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오고 있습니다. 재건축 수혜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해도 이정도로 가격이 내려가는 걸 보면 반포도 어쩔 수 없다 싶습니다.”(서초구 잠원동 C 공인중개사무소)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불패”라는 평가를 받았던 서울 서초구 강변 재건축 단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단지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급급매’가 나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재건축까지 갖고 가겠다”는 경우와 “호가를 더 내려보겠다”는 경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양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4차 전용137㎡는 최근 경매에서 29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6월 41억1000만원에 낙찰됐었지만,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왔다.
아파트는 결국 연이은 유찰에 다음 달 23억36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감정가인 29억2000만원보다도 크게 낮은 가격인 데다가 직전 거래가(36억원)보다도 낮아 경매 소식을 들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라는 반증”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정은 반포 내 다른 재건축 단지도 비슷하다. 반포 내에서도 강변 재건축 예정 단지로 유명한 신반포2차의 경우, 매매를 위해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과 오히려 매물을 다시 거두는 집주인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28억원에 내놨던 전용 79㎡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다는 류모(52) 씨는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더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파는 것은 안될 것 같다”라며 “차라리 재건축이 더디더라도 끝까지 참아보자는 생각에 공인중개사에게 매물을 거둬달라고 요청했다”라고 했다.
반면, 인근 공인 대표들에 따르면 같은 단지 내에서도 호가를 내려 아파트를 빠르게 파려는 집주인들도 상당하다. 실제로 같은 단지 전용 68㎡의 경우, 지난해 6월 23억원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끊겼는데, 최근 20억원에 이른바 ‘급급매’가 나오면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잠원동의 다른 공인 대표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매수 허가를 받아야 하고 6개월 내 입주를 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급매가 나오자 매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여럿 나타났다”라며 “결국 거래는 안 됐지만, 최근에는 23억원이었을 때는 관심이 없다던 매수자들이 21억원대 매물을 중심으로 사겠다는 문의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역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원한신도 최근 호가가 내려갔다. 재건축 기대감 탓에 전용 84㎡가 지난 4월 28억원에거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최근에는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연이어 호가를 내리면서 22억원대까지 호가가 내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수세가 없으니 호가가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라면서도 “재건축 기대감이 호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지난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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