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재설정” 美 달래기에 국왕까지 나선 사우디…“감산은 순수 경제적 결정”
2022-10-17 09:00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모습. 살만 국왕은 16일(현지시간) 국정자문회의 연설에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결정이 원유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위한 ‘순수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사우디가 미국과 러시아 간의 평화 중재 역할을 수행하고 이란 핵문제에서만큼은 확실히 미국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은둔’을 계속하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직접 나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결정이 원유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위한 ‘순수한 경제적 결정’이라며 항변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간의 평화 중재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이란 핵문제에서만큼은 확실히 미국의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대규모 안보 지원 등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자국의 감산 결정 이유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사우디가 러시아 편이 아닌 미국 편이란 점을 부각시켜 화가 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달래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날 국정자문회의 연설에서 “사우디는 글로벌 경제성장에 중요 요소인 국제원유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OPEC+ 합의를 수립하고 유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사우디가 수행하는 것은 시장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사우디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OPEC+ 감산 결정 이후 사우디가 러시아 편에 선 것 아니냐는 미국의 비판을 사우디 측이 반박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진 살만 국왕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중재로 러시아에서 미국 등 국적의 전쟁포로 10명이 풀려난 점을 거론하며 “사우디는 평화의 중재자”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이란이 핵과 관련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성실히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86세의 고령으로 그동안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실권을 맡기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살만 국왕이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사우디를 향한 바이든 행정부의 비난 수위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찾아 증산을 요청하고 미 행정부가 나서 전방위 로비를 펼쳤으나 사우디는 이를 외면하고 감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행정부와 백악관 고위 관료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사우디와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검토하고 무기 판매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살만 국왕의 발언이 나온 이날도 바이든 행정부의 강공은 계속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미 CNN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와 ‘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다가오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감산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실적을 늘려주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비판한 백악관의 입장을 이어간 것이다.

한편 감산 결정으로 미국의 눈 밖에 난 중동 산유국들도 이날 일제히 항변에 나섰다.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 쿠웨이트 석유부, 오만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OPEC+의 감산 결정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란 의견 일치가 있었다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안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