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자 신상등록면제신청 5년새 5배…실효성 논란
2022-10-18 10:23


출소를 이틀 앞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아동성범죄자 김근식을 태운 호송버스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 안양시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김근식(54)은 재구속됐지만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형기가 종료된 지난 17일 신상정보가 공개된 상태다. 이 가운데 최근 5년간 신상정보 등록면제제도(클린레코드제) 신청 건수가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 출소 후 예방제도로서 신상정보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 논란이 제기된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시행 중인 클린레코드제 접수 건수는 첫해 287건에서 올해 9월 기준 1055건으로, 월평균 5배 규모(23→117건)로 증가했다. 2018~2019년은 연간 각각 180건, 126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20년과 2021년 각각 419건, 1131건으로 늘어난 상태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초기 화면.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캡처]

접수 건수에 대한 허가율은 70~80%대다. 신상공개 대상자는 낙인 효과를 우려해 등록 면제를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클린레코드제는 최소 등록기간(수용기간 제외)이 지나거나 성범죄 재범이 없는 등 객관적 조건을 충족하면 잔여기간 등록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클린레코드제는 2015년 헌법재판소에서 ‘등록 의무를 면하거나 등록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심사절차없이 일괄적인 등록기간이 적용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판정에 따라 2016년 12월 도입됐다.

문제는 신상정보공개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신상정보 등록기간은 벌금형은 10년, 징역형은 연수에 따라 15~30년으로 나뉘어 있다. 법 시행기간 사각지대로 인해 고지 대상이 아니거나 공개기간이 짧은 경우도 발생한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 선고 후 복역한 김근식의 경우 신상정보 공개기간이 5년이다. 김근식은 2006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10년 신상공개는 2011년부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신청해도 등록 최소 경과 기간이 지나야 하고 판결 시 부과 받은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전자발찌 부착명령, 성충동약물치료명령 등의 집행이 모두 종료돼야 등록면제 허가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도 도입 이후 전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사건(12만 4979건) 대비 등록면제 허가자는 2461명으로 약 2%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신상정보등록 면제 신청이 가능한 최소 경과 기간은 등록기간 30년·20년·15년·10년 기준 각각 20년·15년·10년·7년이다.


‘성범죄자 알림e’ 신상정보 공개·고지 대상자 현황 [여성가족부 제공]

또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가 주목도가 높은 흉악범 출소시기 외에는 이용률이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 연간 접속 건수는 조두순이 출소한 2020년 약 1100만건이었지만 ▷2021년 490만건 ▷2022년(9월 기준) 380만건이다. 성범죄자 알림e 중 우편 등으로 고지 의무가 있는 대상자 수는 올해 8월 기준 3119명으로, 2018년(3761명) 이후 꾸준히 줄어든 상태다. 고지 대상자가 아니라면 직접 웹사이트 등에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는 신상정보제도가 범죄예방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를 주고 국민에게 ‘알아서 도망가라’는 식이여서는 안 된다”면서 “실효성 없는 신상정보공개제도보다 새 공간에서 보호수용과 치료감호를 하는 등 본질적인 재범방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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