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92명 나체 상태로 발견, 그리스-튀르기예 책임 공방
2022-10-18 15:58


14일 그리스·튀르키예 국경지대에서 발견된 난민들.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국 장관 트위터]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그리스와 튀르키예(터키)의 국경에서 나체 상태의 난민 92명이 발견돼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두 나라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 사건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UNHCR은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며 “난민들의 모습이 담긴 끔찍한 사진으로 인해 괴롭다”고 밝혔다. UNHCR 대변인은 “난민 무리엔 아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17일 AP통신·BBC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가 알몸 난민을 강제로 그리스에 보냈다”는 그리스의 주장에 대해, 튀르키예 정부는“가짜 뉴스다”고 일축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의 파흐레틴 알툰 공보국장은 “그리스 측이 공개한 알몸 남성 난민 사진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면서 “그리스는 오히려 난민들의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난민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앞서 그리스 경찰은 지난 14일 북부 튀르키예 접경지 에브로스강 인근에서 아프가니스탄·시리아·파키스탄 등에서 온 남성 난민 9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나체 상태로 일부는 몸 곳곳에 멍이 들어있었다.

그리스 경찰은 유럽연합(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과의 합동 조사 결과 난민들 대부분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고무보트를 통해 튀르키예에서 에브로스 강을 건너 그리스 국경지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튀르키예군 차량 3대를 통해 에브로스 강으로 이송됐으며 보트 탑승 전 옷을 벗으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국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난민을 대우하는 튀르키예의 방식은 문명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자국 내 난민 문제로 인한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민들을 그리스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난민 문제로 오랜 다툼을 벌여왔다. 튀르키예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핵심 통로인데 튀르키예가 난민을 단속하지 않아 부담이 그리스로도 전가돼 왔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현재 그리스의 경찰서와 국경경비대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며칠 내로 팔라카오 신원 확인 센터로 이송돼 그곳에서 UNHCR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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