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스카이펫(SKYPET) CR’을 활용한 제주 삼다수 시제품 생산 모습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고사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탄소배출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SK케미칼·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 등 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이 페트(PET) 재활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페트와 동일한 품질로 재활용할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 양산은 2024~2025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재활용 페트 시장 규모는 2026년 117억 달러(약 1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그룹 음료·패키징 계열사인 삼양패키징은 페트 재활용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가칭 삼양에코테크를 신설하기로 했다. 분할기일은 12월 1일이다. 삼양패키징은 18일 공시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삼양에코테크는 삼양패키징과 SK지오센트릭을 안정적 구매처와 매출처로 확보하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관련 신제품의 개발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분사 취지를 설명했다.
신설될 삼양에코테크는 경기 시흥시 시화공장에 2만1000t 규모의 페트 재활용 칩(PET-Recycle Chip) 생산 설비를 새로 도입, 내년 4월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칩의 일부 물량은 삼양패키징의 물리적 재활용 공정에, 일부는 SK지오센트릭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 투입된다.
SK지오센트릭은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하반기부터 SK울산컴플렉스 내 21만5000㎡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이중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와 기술 협업을 통해 연간 폐페트 8만4000t을 처리할 수 있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 공정에 삼양에코테크에서 생산한 페트 재활용 칩을 투입, 화학적 재활용 페트를 생산하게 된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앞서 지난 4월 삼양패키징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 38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페트를 비롯한 플라스틱 재활용은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은 페트의 본래 성질을 변형하지 않는 선에서 잘게 분쇄한 뒤 세척, 선별 등 공정을 거친다. 물리적 재활용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장점이 있으나 오염이 심한 페트를 재활용할 수 없는 데다 재활용을 할수록 품질이 떨어져 무한 순환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화학 반응을 통해 원료 상태로까지 분해하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기술이 활용돼 기존 페트와 동일한 품질의 페트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화학적 재활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물리적 재활용 시장을 대체하면서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재활용 페트 시장 규모는 연 평균성장률 5.7%로 지난해 89억 달러에서 2026년에는 117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재활용 포장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특히 식품 및 음료 업계에서 재활용 페트의 성장성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는 SK케미칼이 앞서가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인 ‘스카이펫(SKYPET) CR’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해중합 기술을 보유한 중국 소재업체 슈에로부터 화학적 재활용 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10만t 규모의 재활용 원료를 생산하는 해중합 공장을 건설, 2024년 말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1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페트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울산공장 일부를 개조하고 약 20일간 화학적 재활용 페트 4200t을 시범 생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정되어 있는 유엔 협약 및 국내외 플라스틱 규제로 인해 ‘탈플라스틱’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그동안 업체들이 준비해온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과 사업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지오센트릭·롯데케미칼·SK케미칼 3사는 오는 26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플라스틱·고무산업박람회 ‘K 2022’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날 해중합 기술을 비롯해 폐플라스틱 3대 재활용 기술을 세계 최초로 한 데 모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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