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왼쪽) 회장과 김동관(가운데) 부회장 등이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오늘은 가장 슬픈 날입니다. (고인을) 친형님같이 모셨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020년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빈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2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재계 총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김 회장은 세 아들(김동관 한화 부회장·김동권 한화생명 부사장·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과 함께 고인을 기렸다. 작년 1주기 추도식은 코로나19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두해 전 이 회장 별세 당시에는 삼남과 빈소를 찾은 바 있다.
김 회장(1952년생)은 이 회장(1942년생)보다 열살 아래로 같은 창업 2세이며 생전 이 회장을 ‘형님’으로 따르며 회사의 중요한 시기 때마다 조언을 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한화가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 당시에는 김 회장이 삼성의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을 찾아 이 회장에게 생명보험업에 대한 의견을 구한 일화도 전해진다. 이를 두고 한화가 삼성생명과 경쟁을 벌이게 될 상황에서 이 회장에 대한 일종의 예우를 갖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00년대 초·중반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 시절, 회장단 회의가 열리면 참석자들이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유독 두 사람이 오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공개석상에서도 각별함을 감추지 않았고, 부부 동반으로도 사석에서 여러 차례 모임을 가졌다.
반대로 이 회장도 종종 김 회장의 서울 가회동 자택을 직접 찾기도 했고, 경영 전선에 본격 뛰어들기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김 회장에 보내 ‘경영 과외’를 맡기기도 했다. 또 2002년 하와이에 머무르고 있던 이 회장은 김 회장이 전지 훈련 중이던 한화이글스 야구단 격려차 방문했을 때에도 양주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두 그룹의 인연은 선대들로부터 시작됐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1910년생)과 한화그룹의 창업주 김종희 회장(1922년생)은 열 두살의 나이차에도 가깝게 지냈으며, 김 회장의 깍듯한 태도와 성격 때문에 이병철 회장이 더 특별히 여겼다고 전해진다. 두 회장(호암 이병철 호암, 현암 김종희)의 호에는 둘다 바위 암(巖) 자가 들어가 있다.
두 그룹의 관계성은 3대로 내려오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1983년생)이 그룹에 공식 조인하게 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1968년생)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현재까지도 종종 식사 자리를 가지면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하버드대(이재용 경영대학원, 김동관 정치학) 동문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몇 해 전 양 그룹 사이의 ‘빅딜’이 성사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방산·화학 계열 4개사(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한화탈레스·한화테크윈)를 약 2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화 그룹은 현재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 확정시 한화는 삼성중공업과 2·3위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한화는 그동안 삼성과 최대한 사업영역을 달리하며 경쟁을 최소화해왔지만, 이제는 조선 부문에서 공동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고부가가치선까지 따라잡으며 무섭게 한국 조선사들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국내 쉽빌더간의 선의의 경쟁으로 기술 격차를 확대할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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