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시대’ 연 삼성…초대규모 M&A·지배구조·컨트롤타워 급물살 탈까 [비즈360]
2022-10-27 11:37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8월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점검했다.[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성미·정태일 기자]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으로 본격적으로 삼성의 이재용 시대가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그가 삼성그룹의 총수로 책임경영에 나서기 위해서는 회장으로 승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 영향이다. 글로벌 위기에 그가 보여줄 경영 행보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그룹 지배구조와 컨트롤타워 부활 등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직함을 유지하던 그가 이날 마침내 회장으로 올라선 이후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겠다고 밝히며 그룹 전반의 경영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분간 무보수 경영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실질적인 총수 역할이 어려워진 이후 2015년부터 그룹 지배구조 및 사업재편 등으로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설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펼쳤다.

2016년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을 진두지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그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후 구속 수감 등으로 경영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삼성의 계획이 순연된 것이다.

8·15 특별사면으로 이 회장이 복귀하자 멈췄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가 사실상 그룹의 총수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도 회장 직함이 필요한데 이어 수십계의 계열사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된 영향이다.

이미 이 회장은 지난 8월 중순 복권 이후 비(非) 전자 계열사 등 그룹 전방위로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회장 승진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지난 11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의 바이오로직스 제 4공장을 찾았다. 생산 능력만 24만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인 이곳은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동을 시작한 제 4공장을 직접 점검한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을 만나 사업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찾은 것은 10여년 전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은 바이오를 집중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초격차 경영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됐다.

당시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방문을 비롯한 삼성 내 비(非)전자 계열사 등에 대한 이 회장의 행보에 주목했다. 각 계열사 현장을 찾는 횟수를 늘리자 회장 취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올 들어 국내외 삼성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직원들과의 소통을 늘렸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가장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8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SDS, 9월에는 삼성생명 등을 연이어 방문했다. 특히 금융 계열사 임직원까지 직접 챙긴 모습은 뜻밖이란 평가가 나왔다.

해외 기업과의 접촉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보름간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지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과 해외 현장 경영을 펼쳤다. 최근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영국 팹리스 암(ARM)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등을 논의하는 등 ‘빅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10년 고 이건희 회장은 의료기기·LED·바이오·자동차용 전지·태양전지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고 2020년까지 삼성의 새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바이오, 자동차용 전지는 삼성을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2030 플랜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반도체를 넘어 그룹 전반의 신사업 발굴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삼성의 10년 후를 책임질 큰 그림이 없다는 우려가 지속된 탓이다. 국내 5대 그룹만 봐도 기존의 비주력 사업 정리와 함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등 시장 선점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가 회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그룹 전반의 수장으로 올라서는 것이 ‘책임경영’이라는데 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함보다는 회사 경영에 집중하며 승진을 계속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룹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승진이 필요하다고 대내외적으로 강하게 의견이 나오자 결국 이를 단행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어떻게 풀어갈 지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 3개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에 대한 용역을 줬으며,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다만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해 더 탄탄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 소유구조의 변수로 꼽힌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20조원 이상의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이럴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고리로 한 지배구조가 취약해져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은 2017년 2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일사불란한 전략 마련을 위해서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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