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멜로니, 이젠 직함에 ‘미스터’ 붙여달라고?!
2022-10-29 11:01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로마의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하며 개회를 알리는 종을 울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가 자신을 지칭할 때 남성에게 쓰는 관사나 명사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가 여성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자신의 여성성을 무시하고 남성 취급을 해달라는 멜로니 총리의 행보에 반기를 든 것. 이에 멜로니 총리는 정부 기관에 자신의 공식 직함 앞에 ‘미스터(mister)’를 붙여달라는 요구를 바로 철회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총리실이 정부 기관 등에 공문을 보내 멜로니 총리의 공식 직함에 '시뇨르'(Signor)나 미스터를 붙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날 다시 공문을 돌려 멜로니 총리가 이를 원치 않는다며 앞선 공문은 무시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멜로니 총리의 공식 직함을 '미스터 프레지던트'로 하라는 의전 전문가들의 권고가 있었지만, 총리 본인이 원치 않아 해당 직함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멜로니 총리가 자신의 직함에 남성형 명사인 ‘시뇨르’나 ‘미스터’를 붙여달라고 했다가 바로 철회한 것은 멜로니 총리의 이같은 행보가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앞서 이탈리아 총리실은 멜로니 총리가 취임한 뒤 나온 첫 공문에서 멜로니 총리를 일컬을 때 여성을 뜻하는 정관사 ‘라(la)’가 아니라 남성을 뜻하는 정관사 ‘일(il)’을 붙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기에 한 발 나아가 총리를 부를 때 ‘미스터’라고 부르라고 공문을 보냈으니 여성계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멜로니 총리의 취임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멜로니 총리 자신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남성이 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멜로니 총리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정책에 대해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는 낙태에 대해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여성할당제 등을 반대하며 여성은 오롯이 성과를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멜로니 총리가 지난 23일 취임한 후 임명한 장관 24명 중 여성은 단 6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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