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다윗을 키우자]“베트남서 싹튼 ‘K-디지털물류’…아시아 전역에 뿌리내릴 것”
2022-11-02 07:01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헤럴드]

한국에 있는 소비자가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된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일이 일상에서 이뤄지는 시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물류’다. 흔히들 물류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e-커머스의 발달로 물류산업은 말 그대로 대호황을 맞고 있다. 오는 2026년에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16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

하지만 물류업계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형 플랫폼이 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은 곧 벤처·스타트업들도 아이디어나 정보기술(IT)을 동원해 물류시장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로 치환될 수 있다.

IT 기반 물류솔루션 개발기업 코코넛사일로(대표 김승용)는 물류플랫폼의 씨앗을 한국도 아닌 베트남에서 틔우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코코넛사일로는 창업자인 김승용 대표를 비롯한 창업 멤버들이 현대차그룹 출신으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거쳐 2020년 분사, 창업했다. 이들은 ‘모빌리티’라는 공통분모 중에서도 승용이 아닌 상용차를 통한 사업화 구상에 의기투합 했다.

김 대표는 “현대차 입사면접 때부터 베트남에서의 상용차량 관련 사업을 주장할 정도로 현지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3면이 바다로 막혀 육상운송 사업에 한계가 있는 국내에 비해 베트남은 많은 항만이 있다. 또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인근국으로 이어지는 육로가 풍부한 베트남이 육상 물류플랫폼의 확장성에 있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베트남 물류시장은 해마다 두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20년 730억달러 규모였던 베트남 물류시장은 2023년 11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코넛사일로는 사내벤처 시절이던 2018년부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디지털 물류플랫폼인 '코코트럭'의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도를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창업 이후인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코코트럭은 화주와 차주 간 단순 매칭기능 정도의 ‘최소기능제품(MVP)’ 수준이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이후 연구과 보완을 거쳐 개발이 완료된 코코트럭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운송사들의 화물 비딩정보를 AI 알고리즘화 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종류가 다른 여러 품목의 화물이 있는 경우 이 중 혼합적재가 가능한 차량을 알아서 코코트럭이 알아서 배차해준다. 최적화된 운송경로까지 제안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차지역과 최종 하자지역, 상하·차 시간 등 27개의 조건을 AI가 자동으로 설정해 배차가 이뤄진다.

운송사 입장에서는 화물운송 제안만 하면 모든 과정을 AI가 자동으로 설정하고, 차주 입장에서는 하차지에 화물을 내려준 뒤 적재함이 빈 상태로 운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코코트럭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물류비용은 최대 25% 절감되고,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37%의 물동량 증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현재 기준 200개 정도의 화주사에서 코코트럭을 사용하고 있다”며 “베트남 운송사들이 본인들의 고객 풀을 공유해주고 있다. 현지 한인업체들을 중심으로 사용 이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점차 고객 수가 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서의 사업 확장세를 동남아 인근 국가로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첫 공략지역은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현지 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 사업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물류기업인 아반카르고 사와도 조인트벤처 설립을 성사시키며 내년에는 칠레, 페루, 파라과이 등 인접 국가로 진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코코넛사일로는 코코트럭을 통해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트럭닥터'는 국내 대형 화물트럭 정비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서비스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트럭닥터 앱은 화물차 차주가 차량을 등록하면 정비주기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협약이 체결된 정비소에 사전예약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내년 투자유치를 통해 플랫폼을 고도화 해 연 매출 100억원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향후 코코트럭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 대형 해운사나 항공사와 협업해 종합 물류서비스체계 구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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