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보다 뉴욕 패션위크”…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 [헤럴드 뷰]
2022-11-04 11:05


니트 카디건과 통이 넓은 진, 플랫폼 통급 단화로 스타일링된 프레피룩. [무신사 제공]


클래식한 니트와 오버사이즈 재킷, 미니스커트, 롱부츠로 표현된 프레피룩. [무신사 제공]

전 세계 패션을 좌지우지하는 세계 4대 패션위크 가운데 최근 들어 유난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에 주목받는 패션위크가 있다. 바로 미국 뉴욕패션위크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거침없고 생동감 넘치는 패션스타일이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격의 없이 표현되는 뉴욕패션위크는 이제 ‘자기다움’으로 대변되는 Z세대만의 개성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아메리칸 캐주얼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단정한 모범생부터 장난기 가득한 말괄량이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프레피룩’이 대표적이다. 프레피는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들이 입는 옷차림을 프레피룩이라고 한다. 아가일체크 니트, 케이블 스웨터, 미니스커트, 캐주얼한 볼캡 모두 프레피룩을 가리키는 대표 아이템이다.

여기에 오버사이즈 맨투맨과 와이드팬츠나 진, 플랫폼 단화로 스트리트 무드를 더하면 현대적이면서 힙한 프레피룩이 완성된다. 이 밖에도 옥스퍼드셔츠, 치노팬츠, 블레이저와 로퍼를 레이어드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행한 프렌치 시크룩이 저물고 한껏 화려하게 꾸민 아메리칸 캐주얼이 돌아왔다는 의미다.

아메리칸 캐주얼 트렌드로 인해 폴로 랄프로렌, 디키즈, 리바이스, 오트리 등 미국 브랜드도 부활했다. 쨍한 색상의 폴로 랄프로렌 니트셔츠에 디키즈 팬츠를 골판에 걸쳐 입거나 통이 넓은 리바이스 진에 빛바랜 아이보리색 밑창의 오트리를 신는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다. 덕분에 2016년 한때 휘청였던 랄프로렌은 올해 글로벌 매출이 8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1% 늘었을 정도다.

아메리칸룩이 돌아온 이유로 빈티지 리셀 플랫폼의 인기가 꼽힌다. 상대적으로 지갑이 가벼운 Z세대가 빈티지 리셀 플랫폼에서 1980~2000년대 아메리칸 스타일을 재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Z세대가 빈티지가게에서 찾아낸 90년대, 2000년대 Y2K패션이 부흥하면서 지금의 아메리칸 캐주얼룩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소 격없이 패션을 소비하는 시대가 돌아오면서 편안하고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아메리칸 감성이 패션에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패션시장이 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자유롭고 활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러한 무드에 기반을 둔 캐주얼웨어가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불황도 아메리칸룩이 돌아온 배경으로 꼽힌다. 불황일수록 있어 보이고 싶은 욕구가 커지기 때문에 미국 상류층이 입었던 스타일이 덩달아 인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뉴욕 최상류층 10대의 삶을 담아낸 미국드라마 ‘가십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지금의 프레피룩의 교과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될수록 헤리티지가 있는 유명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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