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영웅이야기’ 봉화 광산 고립자들 생환
2022-11-07 11:31


“10일 만에 살아서 생환해 줘 너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진정한 우리의 영웅입니다.” 봉화 광산 고립자 생환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환호하는 일성이다.

경북 봉화 아연 채굴 광산 붕괴로 고립됐던 작업반장 박정하(62) 씨 동료 광부 박모(56)씨가 4일 오후 11시 3분께 소방구조 당국의 부축을 받으며 두 발로 삶의 현장인 지상으로 걸어 나왔다.

기적의 생환이다. 모든 국민이 그토록 바랐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지난 달 26일 오후 6시께 매몰 붕괴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이다.

이들은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10m를 괭이로 파나가는 등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립 당시 현장에 남겨져 있던 비닐을 이용해 움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가며 추위와 싸웠다. 작업반장 박씨는 “움막이 없었으면 추워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전기도 나가서 커피포트를 못 쓰니 플라스틱 부분은 떼고 금속 부분에만 물을 담아서 모닥불에 끓여 먹었다”고 회상했다.

구조하러 온 동료와 처음 만난 상황에 대해서는 “이젠 살았다. 부둥켜안고 울었다”며 “퍽퍽 꺼져가는 촛불이 한 번에 되살아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구조 이후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 다음날인 5일 생환한 광부 2명에게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쾌유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작업반장 박씨는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 등에게 “대통령에게 꼭 좀 전해달라”며 “광산 안전업무기관이 겉핥기식 점검을 한다. 광부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점검하고 보완 조치해달라”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날 이들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방문해 ‘봉화의 기적’으로 불리는 생환한 광부들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이 지사는 “기적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무사귀환 염원 노력의 결과”라며 “가족의 애끓는 현장 요청사항과 동료 광부의 진심 어린 24시간 굴진작업 등 한마음으로 이룬 성과”라고 했다.

이어 “위기의 대한민국 현안이 이처럼 기적적으로 해결되도록 기원한다”며 “이태원 참사로 무거운 마음에 위안을 준 생환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현장에서 수고한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 처럼 이들의 생환은 모든 국민에게 안도의 웃음을 주고 있다. 아픔을 주고 있는 이태원 참사 와중에 전해진 이번 봉화 광산 고립자들 생존소식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넘어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기적의 생환 소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드리워진 침울함을 걷어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가슴이 먹먹한 어둠의 갱도 끝을 지나 생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해 본다.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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