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이든’…남은 2년 ‘조기 레임덕’ 가능성 [美 중간선거 개표]
2022-11-09 11:16



8일(현지시간)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5명, 50개 주 중 36곳의 주지사를 선출하는 미국 중간선거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가운데 투표가 종료된 지역부터 개표가 시작되면서 속속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에 있는 공화당 선거사무실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위). 같은 날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는 연방 하원 10구역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한 민주당 소속 맥스웰 프로스트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의회권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개표 초반 주요 접전지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면서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 우위)’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전면에 들고 나왔던 ‘민주 대 반(反)민주’ 논리는 공화당이 내세운 ‘경제심판론’에 밀린 것이 이 같은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표한 유권자들이 정권의 실책을 심판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4년 임기 중 절반을 남겨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주요 경제·사회 입법 등이 공화당 주도 의회에 가로막히는 등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도 커졌다. 더 나아가 2024년 재선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10명 중 7명 “美 나아가는 방향 불만”=에디슨리서치가 CNN·NBC·ABC·CBS 방송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년에 대한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0명 중 3명은 나라가 운영되는 상황에 ‘분노한다’고까지 말했다. 절반 가까운(46%) 유권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나라를 해치고 있다’고 답했고, 36%만이 그의 정책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라는 점도 조사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3분의 1에 가까운(32%) 유권자들은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꼽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큰 이슈로 밀었던 민주주의 위기 문제의 핵심 사안인 ‘낙태’ 문제를 거론한 유권자들은 27%였다.

특히 응답자의 46%는 가계경제 사정이 최근 2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지적하며, ‘좋아졌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2배(18%)가 넘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이 가계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더 뼈아팠던 것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더 잘 대응할 정당을 묻자 절반이 넘는(52%) 유권자가 ‘공화당’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을 꼽은 유권자는 44%에 불과했다.

▶인플레법·낙태권 보장 후퇴 우려…바이든 재선도 ‘빨간불’=주요 격전지 개표 현황에서 공화당이 우세한 초반 추세가 선거 최종결과로 이어질 경우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동시에 행정부의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일부 부분에 대한 개정을 공언한 상태다. 또 중간선거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차원 노력도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선거유세 과정에서 “낙태권 성문화법을 첫 법안으로 의회에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미 주요 언론들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바이든 일가에 대한 사법조사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전망 중이다. CNN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사업에서부터 FBI와 법무부의 정치탄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기원과 책임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중간선거 결과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선 도전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선거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꺾을 수 없다는 민주당 내부 여론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