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 러시아군이 점령 8개월 만에 퇴각한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 인근의 러시아군 진지에 군복·식량은 물론 박격포탄까지 버려져 있어 황급히 탈출한 정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헤르손 서쪽 블라호다트네의 한 마을에 진입해 버려진 러시아군 진지를 수색하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숙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한 창고에서 러시아군 군복과 통조림, 책 등이 헝클어진 채 널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근처의 다른 창고에는 수백 발의 러시아군 박격포탄이 들어 있는 녹색 나무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언제든 발사할 수 있게 뇌관까지 장전된 박격포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색하던 우크라이나군 이병 세리이는 "러시아군은 서둘러 떠났다"며 "이 포탄을 우리에게 쏘려고 준비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탈환한 이곳은 헤르손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몇 달간 치열하게 전개된 전투의 흔적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트럭들이 헤르손을 향해 달리고 있는 M14 고속도로변의 자작나무들은 포격으로 쓰러져 있고, 철제 가드레일에는 포탄 파편으로 곳곳에 구멍이 나 있으며 전화선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9일 밤에 조용히 철수했다고 밝혔다.
주민 예브게니아 카이다예바(82) 씨는 "전투는 없었다"며 "러시아군이 조용히 떠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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