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2000%…협박에 폭행까지" 벼랑끝 몰린 사람들
2022-11-18 09:39


길거리에 놓인 불법금융광고 전단지.[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불법사금융을 통해 100만원의 돈을 빌렸다. 제도권 신용대출이 모두 불가한 탓이었다. 업체는 30만원을 선이자 명목으로 먼저 챙겼다. 일주일 뒤 13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지만, 상환금을 마련하지 못해 갚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업자들은 집까지 찾아와 강요와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일주일에 20만원씩 연체수수료도 부과했다. 협박을 이기지 못한 A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대출금을 상환했다. 총 100만원을 빌린 A씨의 상환금은 두 달만에 300만원으로 불어났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틈을 타 불법사금융이 판을 치고 있다. 2금융권·대부업의 대출 문마저 높아지자 저신용자들은 고금리 불법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렸다. 저신용자 수요를 노린 불법사금융 수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속하겠다”며 불법사금융 척결을 천명했지만 역부족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피해 또한 점차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2금융권·대부업 저신용자 대출 줄여…“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들은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리스크가 높은 저신용자 대출 및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6~7%까지 예금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올해 4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32로 전년 동기(-22) 대비 10포인트 줄었다. 해당 지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낼수록 금융사의 대출 문턱은 높아진다.

저신용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법정최고금리가 20%까지 떨어진 이후, 신용대출 감소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조달금리가 10%까지 오른 상황에서 최고 6~8%에 육박하는 신용대출 대손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21년 말 대부업권의 담보대출 규모는 신용대출을 뛰어넘었다. 최근 대부업계 1·2위 사업자인 러시앤캐시와 리드코프는 신규 가계대출을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서울 한 은행의 예금 광고.[연합]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들은 불법 고금리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등록 대부업체만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중개사이트에서는 불법 고금리 대출을 알선하는 등록 대부업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저신용자들은 2금융권과 대부업에서마저 대출이 막히니,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 인상에 따라 불법사금융의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자금 조달 경쟁을 줄이려 저축은행 등의 예대율 규제 비율을 완화하고, 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상품을 공급하는 대안을 내놨다. 지난 17일에는 일부 대부업체에 1금융권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우수대부업자 제도의 조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업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대부업권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저신용자의 제도권 대출 문턱을 낮추려면 법정최고금리 조정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불법사금융 피해…연 7000% 이자에도 신고 꺼려

길거리에 놓인 불법금융광고 전단지. 김광우 기자.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불법 추심, 사기 등 피해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7287건으로 전년(5168건)에 비해 2000건 가량 증가했다. 올해 1~8월까지 집계된 수치는 5823건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속적인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불법사금융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해 유형 중에서는 고금리 착취가 가장 흔하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미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229%에 달했다. 이 또한 양호한 수준이다. 1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에는 연 7000%를 넘는 이자율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약속된 기한 내에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과도한 연체료를 요구하고 협박 및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이에 지난해 정부에 무료 법률 지원을 신청한 불법사금융 피해자도 늘었다. 지난해 ‘채무자 대리인 무료 지원’의 신청자는 1200명으로 전년(632명)대비 약 두 배가량 증가했다.


대출중개사이트 캡처.

최근에는 피해 사례도 다양해졌다. 단순 고금리나 추심뿐만 아니라 정부 사칭 사기, 중고차 대출 사기 등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했다. 대부분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피해자들을 모집한 뒤,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에 따르면 피해자 유입의 주된 통로인 불법금융광고 수집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최초로 100만건을 넘겼다.

문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불법사금융을 인지하고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처벌이나 업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 동안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적 있는 저신용자 1만7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73.5%는 불법임을 인지하고도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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