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보다 큰 지네, 농다리 신비..진천-증평 건강여행①
2022-11-22 06:59


생거진천(生居鎭川) 1000년전 과학과 지혜가 돋보이는 농다리. 큰 홍수가 나면 물이 굳건히 버틴 이곳을 자연인 양 여기며 넘어 지나간다. ‘저승사자가 사람을 잘못데려갔다가, 망자를 환생시키면서 엉뚱한 진천에 데려다 놓았다’는 전설은 ‘살기좋아 진천’이라는 객관적 상황을 기반으로 지어진 스토리인 듯 하다. [지앤씨21, 드론 촬영]


초평 붕어마을 주변 지질을 보면, 진천이 ‘호반의 도시’임을 알수 있다.


초평호의 한반도 모양의 지형. 오른쪽 부산, 왼쪽 목포가 매우 튼실하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00m 지네 다리를 아시나요?

경기 남부에서 골프라운딩할 때 ‘오잘공(오늘 잘 맞은 공)이 진천 까지 살아 간다’던 생거진천(生居鎭川),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청청생태의 시골, 양반 동네가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를 슬며시 보여준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곳, 용(龍)보다 큰 지네 다리, 진천 문백면 구곡리-초평면 화산리 사이를 잇는 미호천의 ‘농다리’이다.

물이 많아 가뭄 재해가 없고, 숲과 호수가 많아 홍수 걱정이 없어, 살아서는 진천에 거하라는 팩트는 설화로 제조돼 저승사자의 업무상 과실 스토리(망자 환생지로 진천 선택)를 낳았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와 진천군의 소개에 따르면, 진천의 농다리는 돌다리 중 가장 오래된, 1000년의 신비-과학-지혜가 응축돼 있다.


용을 닮은, 진천 농다리-하늘다리-보청호-한반도지형 일대 물길.

드론 띄워보면 지네 모습에 가깝지만, 주민들은 용을 닮았다고 강조한다. 고려시대 임연 장군이 ‘용마(龍馬)’를 써서 다리를 놓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생거진천 고을 사람들은 믿으려 하고, 농다리부터 보청호에 이르는 물길이 용을 닮았다고 강조한다.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엮은 대바구니, 혹은 잘 짜여진 궤짝을 뜻하는 농(籠)자를 쓴다. 궤짝을 쌓듯, 계단식으로 붉은 빛이 살짝 감도는 돌을 올려 교각 28개를 만들고 보행용 상판석을 얹었다. 이 다리에서 연인여행자들의 자세는 촘촘하게 꽉 껴안는 것이다. 28개의 교각은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숙(宿) 대로 했다. 한강에 놓인 숱한 현대식 다리와는 반대로, 교각은 매우 넓고 상판은 매우 좁다.


이 다리는 지네가 농구화 끈 매듯, 천천히 차분히 넘어야 한다.

교각을 위에서 보면 타원형 모양이고, 옆에서 보면 계단식인 것은 저항을 완충하기 위함이고, 물이 빠져나간 지점에 물을 가두는 어살 모양으로 얕은 턱 구조물을 둔 것 역시 유속을 둔화시키기 위함이다. 전체 구조를 완만한 S라인으로 구불구불 모양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장마 때면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 형태라, 큰물도 농다리를 자연인 양 여긴다.

지방 문화재의 위상으로 두기엔 너무 저평가됐다는 느낌이다. 이미 세계 각국의 다리 전문가들은 이 농다리를 1000년전 과학의 개가로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견고하게 축조한 농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다.

너무 신비하고 흥미롭다고 해서 100m 육박하는 돌다리를 건널 때 집중력을 잃으면 안된다. 인생샷 건지겠다고 외다리, 학다리 자세를 취하면 위험하다. 선조의 지혜 앞에서 조신하게 인증샷 찍어도 잘~ 나온다.


신비스럽고 놀랍다고 다리위에서 지나치게 발랄하면 곤란하다. 디딤발을 잘 보고 건너도 충분히 재미있다.


농다리 인근 하늘다리 밑은 수상 쾌속 레포츠의 천국이다. 다리 잎구엔 붕어팻말에 소원 적어 거는 코너가 있다. 부모 한테 시크한 청소년도 여기선 사랑과 행복을 고백한다.

휴양차 진천-증평-초정행궁 일대를 방문하던 세종대왕이 건너기도 했던 다리이다. 상당산성-초정-좌구산으로 이어지는 세종대왕 100리 힐링로드에 빼선 안될 곳이다.

과문했던 여행객들은 농다리를 마주하고는 “왜 이제야 나타났니”하면서 놀랄 것이다. 아직은 한적하지만, 붐빌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월차 하루 내어 평일에 빨리 가봐야 한다. 농다리 옆엔 또 하나의 돌다리를 두고, 그 앞 석벽에 인공폭포를 놓는 센스를 진천군민들이 발휘한다.

농다리(진천농교)를 건너면 나오는 소양호급 초평호 속에는 아랫도리 뚱뚱하며, 부산과 목포가 크고 돌출된 모습의 한반도가 놓여있다. 진천은 제2 호반의 도시이다.


초평호의 한켠, 한반도 닮은 S라인 호수 위에 강태공들의 수상 집 좌대가 편안하게 떠 있다.

초평호와 2㎞가량 떨어진 백곡호 모두 강태공들의 천국이다. 강태공들을 위한 수상 목조 가옥(집좌대)들이 호수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예술적으로 떠있다. 살진 붕어, 잉어의 입질은 느낌이 센, 푸짐한 손끝 맛을 제공한다.

초평 붕어마을의 붕어요리는 붕어찜과 붕어조림이 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최고의 미질로 인정받은 생거진천 쌀로 지은 진천쌀밥은 윤기가 흐르고 찰기와 식감이 매우 좋다. 전국 최고의 쌀이라는 자부심으로 ‘생거진천 화랑밥상’ 브랜드도 탄생했다. 그런데 웬 화랑?

가야 영역인 양산 혹은 신라 수도 경주가 고향일 것 같은 화랑의 왕, 김유신 장군은 알고 보면 진천 태생이다.

김유신의 탄생지에서 4㎞가량 서쪽에 있는 보탑사 뒤 만뢰산은 양산 거점의 호족 출신으로 가야가 망한 뒤 신라에 편입됐다가 서라벌 주류세력들이 배척하는 바람에 진천에 자리잡은 김서현 장군이 쌓은 옛성터 등 신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엔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이 있고 주변 명소들과 연계한 걷기여행길이 나 있다. 보탑사는 글자 없는 백비로 유명하다. 무심,무언이 주는 위력은 장광설 스피치보다 강할 때가 많다.


김유신 장군 탄생지 [지앤씨21, 드론 촬영]

삼한 통일을 도모하다 절반만 통합하고 남북국시대(신라+발해)를 열었던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는 그 동쪽 길상산 아래인데, 이 산 자락엔 우물터 연보정, 수행정진하던 장수굴, 김 장군이 무술연습을 했던 투구바위가, 정상엔 김유신 태실이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실이다. 연보정의 우물 물은 지금도 먹는다. 만뢰-길상-두타산을 동쪽으로 넘으면 증평이다.

자기 자랑을 절제하는 자연인들이 사는 곳, 진천-증평 모두, 겨울을 앞두고 면역력을 높이는 국민 건강-보양-힐링 여행지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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