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호칭 ‘미즈’ 탄생 주역...도로시 피트먼 휴즈 타계〈Ms〉
2022-12-12 11:26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도로시 피트먼 휴즈(오른쪽)가 1971년 10월 한 행사장에서 주먹을 쥐고 찍은 사진. 이 사진은 미국 여성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온라인 캡처]

미스터(Mr.)로 통일된 남성과 달리 결혼 유무에 따라 칭호가 달랐던 여성들을 미즈(Ms.)로 통일하는 데 앞장 선 여성운동가 도로시 피트먼 휴즈가 이달 초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휴즈의 유족은 그가 지난 1일 플로리다 탬퍼에 있는 딸의 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향년 84세.

1938년생인 휴즈는 평생을 흑인여성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1970년대 잡지 ‘뉴욕’ 기자로 일하며 미국 여성운동 대모 역할을 하던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손잡고 잡지 ‘미즈’를 창간했다. 다만 휴즈는 해당 잡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진 않았다.

이후 둘은 전국을 순회하며 제2의 페미니스트 물결을 주도했다. 휴즈는 백인 중심의 여성운동이 인종 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백인 여성의 특권이 흑인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즈와 글로리아의 우정은 피부색이 여성운동의 장애물이 아니라는 증거가 됐다.

특히 두 사람이 1971년 주먹을 쥐고 함께 찍은 흑백사진은 여성운동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둘은 지난 2011년 노스플로리다대학의 한 행사장에서 이 사진을 재현하며 굳건한 우정과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2020년 줄리안 무어 주연의 영화 ‘글로리아의 여정’으로 재조명됐으며 휴즈 역은 자넬 모네가 맡았다.

다만 둘의 구체적인 운동 방식은 달랐다. 글로리아는 저널리즘 측면에서 여성운동을 적극 펼친데 비해 휴즈는 지역 사회에 밀착했다. 휴즈는 학대 받는 여성을 위한 첫 보호소를 뉴욕에 설립한 것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센터를 세워 아동을 돌보고 여성 직업 훈련을 진행했다. 1980년대엔 흑인 빈민가인 할렘으로 이주해 사무용품을 파는 가게를 열기도 했다.

글로리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휴즈를 평생의 친구로 부를 수 있어 행운이었다”며 “휴즈는 아동 복지, 인종차별 철폐 등에 헌신하면서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떠났다”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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