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전쟁 종식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그간 푸틴 대통령이 협상 의지가 거의 없었단 점에서 우크라이나가 순순히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하면 평화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무언의 암시란 해석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포기하고 공격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 전쟁은 빨리 끝낼수록 좋다”며 “여러번 말했지만, 적대감 심화는 정당하지 않은 손실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무력 충돌은 외교 과정에서 이런 저런 방식의 협상으로 끝난다”며 “조만간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이 앉아서 합의를 할 것이다.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를 빨리 깨달을 수록 좋을 것이다. 러시아는 협상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전쟁을 시작하면서 여태까지 “단 한번도 협상을 원하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지상과 공중에서 하고 있는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공격하고 전쟁을 확대하기를 원하는 사람임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 할 여지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러시아가 먼저 협상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난 뒤라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미국 동맹국들과의 협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동맹국 역시 푸틴 대통령의 종전 발언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잇따른 패배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시간을 벌려는 책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공화국)과 남부의 헤르손, 자포리자 등을 ‘러시아의 새로운 지역’이라고 지칭, “이곳에 사는 러시아 시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전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을 크렘린궁으로 초청해 “러시아 군인들이 전선에서 용맹과 자기희생의 뛰어난 모범을 보였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모두 전쟁에서 끝까지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패트리엇 시스템에 대해선 “러시아가 곧 대응 능력을 갖출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또 “패트리엇 시스템은 상당히 낡은 것”이며 “곧 해독제를 찾아 곧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가하면 푸틴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전쟁 자금 지원 능력을 제한할 목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선을 두도록 한 것에 대해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초 이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을 명시하는 법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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