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도 골치아픈데”…코소보-세르비아 전운
2022-12-29 09:55


코소보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에서 시민들이 대형 트럭으로 세워진 바리케이드 앞을 지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10개월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에서 또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민족 갈등으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어떤 폭력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미국과 EU는 28일(현지시간)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과 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 명의의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코소보 북부 지역의 계속되는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무조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하고 도발과 위협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및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와 협력해 긴장 완화 합의를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린 평화적 시위로 인해 체포·기소되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민의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코소보 지도부 보장을 환영한다”며 “동시에 법치는 존중돼야 하며,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될 수 없고,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은 인권 존중을 위한 조사와 후속 절차를 감시할 권한에 따라 '유럽연합 파견 법치 임무단'(EULEX)을 지원할 것”이라며 “코소보 내 소수 커뮤니티 구성원에 대한 보호, 평등한 대우, 공정한 재판이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한때 세르비아 영토였던 코소보는 지난 1998∼1999년 분리 독립을 추진했다가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1만3천 명이 학살되기도 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코소보 내에서는 전체 180만 인구 중 92%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와 6%를 차지하는 세르비아계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는 미트로비차를 중심으로 한 코소보 북부 지역에 살고 있다.

지난 8월 코소보 당국이 세르비아인들에게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 대신 코소보에서 발행한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면서 항의 시위가 촉발됐다.

양국 간 긴장은 미국과 EU의 중재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세르비아계 경찰관이 테러혐의로 체포되면서 또다시 갈등이 치솟았다. 일부 총격이 벌어졌고 세르비아인들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트럭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차단하기도 했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민과 코소보 경찰 간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세르비아가 최고 등급의 전투준비 태세에 돌입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세르비아가 소요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 소수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코소보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코소보의 독립은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분리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중잣대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코소보와 서방은 이번 소요 사태에 친 세르비아 태도를 견지하는 러시아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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