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헛된 시도를 하기보다 중국과 협력·협상·무역 그리고 경제적 경쟁을 통해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사이 패권 경쟁이 치열한 국면에서 서방의 석학으로선 흔치 않은 주장을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올 한 해 헤럴드경제가 진행하는 신년 기획에 맞춰 삭스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독점적으로 칼럼을 쓰기로 했고, 이런 분석·주장은 그가 ‘정치적 격동’의 현장인 브라질에서 지난 9일 보내 온 첫 서신에 담겼다. ▶3면에 칼럼 전문
삭스 교수가 새해 벽두부터 브라질을 찾은 건 최근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경제팀에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인데, 공교롭게도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등에 난입한 ‘대선 불복 폭동’ 사태와 겹쳤다.
삭스 교수로선 의도치 않게 남미 최대 국가에서 발생한 대혼란을 목도한 상태로 헤럴드경제에 세계 경제에서 진행되는 극적인 변화와 이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게 된 것이다.
그는 “지금 세계적으로 급격한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폭도에 의해 중단될 수도 없고, 중단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진짜 도전은 이 같은 변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어떻게 관리해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내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하나이자, 최첨단 디지털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재 칼럼의 제목을 ‘새로운 세계경제(The New World Economy)’로 직접 선정한 삭스 교수는 “나의 관점으로 중국은, 미국이 매일 묘사하는 심각한 위협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가장 큰 위기는 지정학적인 것”이라며 “우리는 더는 미국 주도의 세상에서도,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화된 세계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다극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고 규정했다.
삭스 교수는 “어떤 나라나 지역도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주요 국가들이 세계가 다극화된 현실을 받아들일 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러시아는 순수 악(惡)’ ‘중국은 세계 최대 위협’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단순한 ‘선전’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삭스 교수는 이 밖에 국제사회가 당면한 과제로 ▷환경적 재앙의 심각한 위험 ▷전 세계 불평등 증가 ▷잘못된 사용으로 세계를 혼란에 빠트릴 위험이 있는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증가하는 일련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앞으로 칼럼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누구
제프리 삭스 교수는 거시경제와 빈곤·재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빈곤의 종말’ ‘공동의 부’ 등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20년간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이면서 대학의 지속가능개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국제 기구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유력 시사잡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두 차례 선정됐고, 뉴욕타임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꼽혔다. 지난해에는 아시아판 노벨상인 ‘탕상(唐賞)’ 지속가능한발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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